韓.美.日.獨 반도체 컨소시엄 구성 의미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를 비롯해 미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일본 NEC, 독일 인피니온(구 지멘스 반도체사업부) 등 반도체 메모리 5개사와 미국 반도체업체인 인텔 등 6개사가 차세대 D램인 PC용 범용 D램을 공동 개발하는 컨소시엄 구성에 합의함에 따라 세계 반도체업계는 이들 6개사 위주로 재편되는 것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 현대전자, 미 마이크론테크놀로지, NEC-히타치 등 세계 메모리시장의 80%를 점유한 빅 4의 영향력은 이번 합의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6개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하게 된 배경과 앞으로의 일정, 세계 반도체산업에 미칠 영향을 살펴본다.

◇배경

 이번 합의는 6개사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램버스 이후의 제품에 대해서 어떤 업체도 생각하지 않는 상황에서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제안에 공감했기 때문에 합의를 할 수 있었다.

 6개사가 합의하게 된 이면에는 기존 메모리시장에 대한 아성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 21세기 반도체산업을 완전히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러한 의도는 세계 메모리시장을 장악한 6개사가 앞으로 구성할 컨소시엄에 다른 업체의 참여를 배제시킴으로써 더욱 분명해졌다. 비 참여업체들은 규격제정 후 로열티를 내고 기술을 이전받으라는 말이다.

 이에 따라 이번 합의는 메모리 5개사의 잠재 경쟁사인 대만과 중국업체를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합의의 또 다른 목적은 차세대 제품의 등장으로 불확실한 미래 반도체시장 환경에서 신규투자에 따른 부담을 낮추겠다는 것.

 메모리 5개사와 인텔은 그동안 차세대사업을 준비하면서 방향성을 잡지 못해 고민해왔는데 이번 합의로 어떤 결론을 내리든지 안정적으로 투자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

 차세대 D램을 개발하는 데 인텔을 참가시킨 것은 차세대 D램이 마이크로프로세서(CPU)의 지원 없이 개발할 수 없다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인텔도 세계 메모리 반도체산업을 주도하는 5개 메모리업체와 연대해 경쟁사인 텍사스인스트루먼츠·모토롤러 등을 따돌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이 비메모리반도체업체로는 이번 컨소시엄에 유일하게 참여한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다.

◇향후 일정

 올초 미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램버스 D램 이후의 제품 개발을 제안하면서 시작된 컨소시엄이 마침내 6개사의 참여로 수면위로 떠올랐다.

 차세대 D램 컨소시엄은 늦어도 내년 말까지 통일규격을 마련한 후 2002년께 상용화될 계획이다. 통일규격의 제정은 두 요소인 제품규격과 기억용량에 집중될 전망이다.

 기억용량의 경우 현재 64메가비트에서 256메가비트로 세대교체되는 상황이나 각 사별로 미세가공기술을 개발하고 있어 이번 컨소시엄의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제품 규격의 경우 △데이터의 저장·재생 방식 △CPU와의 데이터 전송기술을 중심으로 표준화될 것으로 보인다.

 제품규격으로는 현재 다이렉트램버스방식이 있으나 이번 컨소시엄은 이와 전혀 다른 방식을 모색할 계획이다.

 차세대 제품에 맞게 데이터 전송을 고속화하는 데는 기본 회로설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회로설계를 위해 컨소시엄에 참여한 6개사는 각각 1000억원 남짓 자금을 출자할 방침이어서 설계개발비로만 6000억∼7000억원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컨소시엄은 이를 위한 별도의 회사를 설립하지 않고 각 사별로 연구원을 투입하는 형태로 운영할 방침이다.

 회사를 설립했을 경우 자칫 경영권 문제 등으로 힘이 분산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컨소시엄은 이번 합의를 더욱 구체화한 일정을 내년 초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세계 반도체산업에 미칠 영향

 이번 컨소시엄의 구성으로 세계 반도체산업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지각변동에 직면하게 됐다.

 반도체 강국의 연대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돼 대만 등 신흥 반도체 국가들은 앞으로 괴롭게 됐다.

 또 대만업체를 비롯해 이번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못한 업체들은 이번 컨소시엄의 영향력 확대로 이들 6개사의 하청생산업체로 전락하거나 아예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컨소시엄이 꼭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현재까지 램버스 D램 이후의 제품에 대한 어떤 아이디어도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형메모리 설계업체들이 램버스 D램보다 더 빠르고 쉽게 제작할 수 있는 차세대 제품을 먼저 내놓을 경우 컨소시엄은 깨질 수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못한 대만업체들이나 소형반도체 설계업체들은 컨소시엄에 대응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번 컨소시엄 구성으로 빅 4의 주도권은 심화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컨소시엄을 중심으로 차세대 메모리 개발이 이뤄질 수밖에 없어 세계 메모리시장의 80%를 점유한 메모리업체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신화수기자 hsshin @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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