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사가 후원하는 「벤처지원포럼(회장 오해석)」이 지난 13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최준영 중소기업청 벤처기업국장·김치동 정보통신부 산업기술과장·최길수 중소기업진흥공단 벤처창업지원팀장·정희자 여성벤처협회장·연병선 한국IT벤처투자 사장·류시왕 코스닥증권시장 전무·김진영 정보통신중소기업협회 전무·이진철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조유현 중소기협중앙회 정책총괄팀장·배명진 숭실대 교수 등 정부 및 업계, 학계 등 각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 벤처정책 결산 및 발전방향」이란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토론내용을 발췌, 정리했다.
편집자
정부 벤처정책 결산.발전 전망
△오해석(사회·숭실대 교수)=지금까지 「정부의 벤처정책 진단-지난 2년간 벤처정책의 결산 및 발전방향」이란 주제로 최준영 국장께서 기조발언을 해주셨습니다. 발표 내용으로 보아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내 벤처정책은 어느 정도 결실을 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반면 이와 관련한 제도적 보완책과 개선책이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오늘 토론에서는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해온 벤처정책을 결산해 보고 제도적 보완점 및 앞으로의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면 우선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의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여성인력의 활용이 필수적이라는 관점에서 여성벤처의 현황과 이와 관련해 어떤 지원책이 필요한지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희자(여성벤처협회 회장)=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여성벤처기업이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아마 정부의 지원정책과 인터넷 등 새로운 산업이 부상하면서 복합적으로 이뤄낸 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현재 국내에는 120여개가 넘는 여성벤처기업이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중 여성벤처협회에 가입돼 있는 회원사로는 90개의 정회원과 420개의 준회원 및 개인회원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성들이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아직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치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여성벤처인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실시하는 여성벤처 창업강좌를 대폭적으로 늘리고 더 많은 자금과 시설을 투입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벤처기업, 특히 여성벤처기업이 연구개발을 해서 상품화한 제품들에 대한 판로의 확보에도 정부가 나서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수백억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낼 수 있는 국산제품을 정부나 관련기관이 우선적으로 구매해주는 「우선구매제도」도 그 하나가 될 것입니다. 우선구매제도가 효력을 발휘하지 않을 경우에는 미국처럼 강제조항인 「의무구매제도」를 만들어서라도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를 크게 확대해줘야 할 것입니다.
△조유현(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정책총괄팀장)=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벤처기업은 일반적으로 기술과 전문인력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기업형태라는 점에서 기존 중소기업과 차이가 있습니다. 항간에는 벤처기업으로 지정되지 못하면 기업가치가 정말 없는 것 아니냐 하는 말까지 나돌 정도였으니까요. 정부에서도 벤처기업만을 우대한다고 하고 언론도 벤처기업이 최고인 것처럼 보도하는 것을 보고 정서적인 반감이 일부 있었던 것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의 벤처정책의 의미가 우수기업의 인력을 재배치하고 새로운 경제주체를 탄생시킨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부문이 더욱 많다고 느낍니다. 벤처기업은 중소기업중 하나의 새로운 유형에 다름 아닙니다. 기협중앙회 차원에서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마련, 2000년부터는 좀더 높은 차원의 발전책을 모색할 계획입니다.
△류시왕(코스닥증권시장 전무)=코스닥시장을 견인해온 주역은 다름 아닌 벤처기업들입니다. 특히 코스닥시장은 설립초기 50억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시가총액만 해도 2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 거래소시장에 맞먹는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물론 벤처기업들의 코스닥등록 붐이 폭발적인 성장을 일궈냈습니다. 그러나 폭발적인 성장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주식시장의 활황에 따라 대표적으로 지적되는 것이 바로 「버블현상」이라는 것입니다. 1년에 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의 시가총액이 1조원 규모에 달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래도 심각합니다. 따라서 이 같은 버블을 없애기 위해 내년부터는 벤처등록요건을 강화하고 퇴출 요건도 강화할 방침입니다.
또 내년에는 현재 한번 64만건의 처리건수에 머물고 있는 전산처리용량을 연말까지 80만건, 내년 4월까지 400만건의 매매건수를 처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주가감시시스템을 도입, 각종 불성실 공시를 엄격하게 감시할 방침입니다. 또 글로벌 나스닥의 출현이 가시화 되고 있어 이를 대비해 해외 투자유치 및 제휴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사회=코스닥에 등록돼 있는 기업이나 등록할 업체들에 있어 정보통신부의 정보화촉진기금은 가뭄 뒤의 단비만큼이나 큰 역할을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정보통신부 정보화정책의 현실과 앞으로 개선해야 될 것은 무엇이 있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치동(정보통신부 산업기술과장)=최근의 사회는 정보화와 지식기반화라는 커다란 변혁의 물결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보통신의 발달과 인터넷의 등장은 인간 세계에서의 현실적인 한계로 인식돼온 「거리」라는 장벽을 일거에 날려버렸습니다. 이에 따라 「전자상거래」라는 새로운 산업이 급속히 태동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정보화, 특히 벤처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방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선 벤처기업의 옥석을 가릴 줄 알아야 하고 그 수요기반을 넓히는 것이 과제입니다. 또 대학의 창업지원센터를 지원, 더 많은 벤처기업들을 육성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보통신부는 오는 2000년에도 투자조합 설립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며 벤처기업이 실리콘밸리 등 해외진출을 시도할 경우 전폭적인 지원을 할 계획입니다. 대학창업지원센터의 지원은 물론 연구소창업지원센터의 설립 및 지원까지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연병선(한국IT벤처투자 사장)=저희는 코스닥시장과는 달리 기업공개(IPO) 이전의 기업들에 대한 자금지원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올해 400억원의 자금을 벤처지원에 투입했으며 이미 상당한 궤도에 오른 벤처기업을 다수 배출해 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우선 벤처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기반 인프라 구축에 힘써 줬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일회성이 아닌 체계적인 벤처기업 육성책이 이뤄져야만 「벤처산업」을 일으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미 블랙에인절의 등장이라는 부작용도 발생, 적대적 M&A로 인해 피해를 받는 기업도 상당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같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합니다.
△최길수(중소기업진흥공단 벤처창업지원팀장)=지금까지 정부의 벤처자금 지원정책은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투자된 자금의 회수문제는 아직 요원합니다. 점진적이고도 부분적인 회수정책을 펼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7년 기한 장기저리로 지원한 자금의 경우 3년, 5년, 7년 등 연한에 차등을 두어 이자율을 적용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또 내년에는 장외 벤처기업들을 타깃으로 하는 장외시장 개설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의 운영 및 감독문제도 발전적으로 연구했으면 합니다.
△김진영(정보통신중소기업협회 전무)=벤처기업의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벤처스쿨을 개설, 심도있게 운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벤처스쿨에서는 창업뿐만 아니라 세무, 법률 등 애로사항은 물론 전문인력의 교육도 담당할 정도의 종합적인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입니다. 정부산하 기관으로 하여금 중소벤처기업 제품의 의무구매제를 도입, 판로를 확보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이와 함께 벤처기업들이 종합적인 연구기능을 수행, 새로운 제품을 끊임없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벤처기업 전문연구단지를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리라 봅니다.
△이진철(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지금까지 코스닥에 등록한 기업의 80% 이상이 기술신보의 자금을 활용한 경험을 갖고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희자 회장께서도 기술신보 자금을 끌어 쓴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많은 기업들이 기술을 담보로 하고 기술신보의 자금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선진적인 기술평가센터의 운영에는 정부가 아직 미온적인 것 같습니다.
선진기술평가센터의 운영을 위해 보다 더 좋은 안들이 나왔으면 합니다. 물론 현재까지도 다른 나라에 비하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기술을 평가해 달라고 의뢰하는 기업이 있을 정도니까요. 앞으로는 국내외 기술을 거래하는 기술거래소도 생겨날 전망이니 만큼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사회=맞습니다. 정부가 다양한 벤처정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아직도 연구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논의된 많은 내용들이 정부 정책에 반영돼 앞으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된 정책들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지난 1월부터 12월까지 벤처포럼에 참석해 많은 의견을 내주신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리=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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