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를 위한 인터넷

고은미 편집위원 emko@etnews.co.kr

 「아줌마」는 부인네를 정답게 부르는 말이다. 따라서 결코 부정적인 이미지는 아니다. 개화기에 한국에서 생활한 선교의사 앨런 박사는 생활력 강한 아줌마를 한국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고까지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아줌마가 억척스러움·뻔뻔함 등의 대명사로 쓰이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지구가 멸망해도 살아남을 세 생물체는 바퀴벌레·정치인·아줌마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런 악착스러운 아줌마들을 개별화시키면 한 가정의 주부요 안주인이며, 정보사회에서는 가정최고경영자(CEO)라는 거창한 이름까지 부여받는다.

 새 천년이 되면 사회의 정보화 수준은 더 정교해지고 그 속도도 더 빨라질 것이다. 하지만 전업주부인 아줌마들은 아직도 변화를 두려운 눈으로 쳐다볼 수밖에 없다. 그들은 어떤 방법으로 정보사회에 끼어들고 나름대로의 역할을 해야 할지 난감해 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주부 스스로 주체적으로 변화를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당장 살림을 하고 가사를 하는데 인터넷이 무슨 대수냐고 하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우리 아줌마들은 한 가정의 건전한 정보문화를 형성하고 육아를 책임지며 소비문화의 주체가 되는 중요한 존재다. 여기에 가정정보화의 중요성이 있고 주부정보화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있는 것이다.

 여성은 산업사회에서도 소비문화의 주체였고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시대에도 역시 중요한 소비주체가 될 것이다. 얼마 전 외신은 미국 인터넷쇼핑의 경우 여성 수요가 남성을 능가해 조만간 여성상위시대를 맞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앤스트&영·주피터커뮤니케이션·포레스터리서치 등 미국의 유력 리서치3사가 최근에 내놓은 공동조사 결과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계기로 인터넷을 통한 쇼핑의 남녀비율이 여성우위로 바뀔 것이라고 예측했다. 즉 여성은 작년 인터넷 쇼핑고객 중 30%를 약간 웃도는 정도였으나 올해는 여성의 구매율이 46%로 증가하는 등 높은 신장률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이런 추세라면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전체 고객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59%에 이른다는 것이다. 여성구매자의 증가로 인해 구매상품도 가정용품·육아용품 등으로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 우리 정부나 인터넷 관련자도 외국처럼 주부를 중요한 인터넷 이용자로 그리고 정보의 소비자로 인식하면서, 여성의 합리적인 소비활동 구가가 궁극적으로 전자상거래의 경쟁력을 결정지을 중요한 관건임을 알아야 한다.

 최근 인터넷 전문회사인 드림위즈와 대림산업은 인터넷시대 주거문화 창출을 위해 아파트를 주대상으로 인터넷 프로그램을 제공, 서비스하는 아파트 종합인터넷서비스회사(가칭 인터넷APT)를 국내 처음으로 설립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인터넷아파트는 동마다 LAN을 연결, 마치 사무실에서 LAN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개념의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여성의 생활공간인 집에서도 인터넷을 활발히 사용할 수 있어 인터넷을 통한 반상회, 지역사회 정보교류가 훨씬 용이해질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여성이 인터넷을 접하기가 훨씬 쉬울 것이고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질 것이다. 물론 주부들이 인터넷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인터넷 교육기회가 더 많아져야 하고, 동기부여가 되는 사회분위기도 조성해야 한다.

 지난 11일 주부들의 인터넷 활용능력 함양을 위한 제1회 주부 인터넷 챔피언 선발대회가 개최됐다. 8개 체신청 단위로 예선을 통과한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이날 대회는 고급과정인 챔피언 부문과 초급과정인 마스터 부문으로 나뉘어 경쟁을 벌였다. 내년부터는 연2회씩 개최될 예정이라고 한다.

 비록 아직은 전업주부들의 정보화 수준이 낮지만 우리 아이들이 조만간 엄마와 함께 가족 홈페이지를 만드는 일이 보편적인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일은 아줌마들을 정보사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할 뿐 아니라 더 화목한 가정을 만드는 일에도 한 몫을 할 것이다.

 한 아줌마가 「아줌마는 나라의 기둥」이라는 책을 냈다는데 「아줌마들은 인터넷의 기둥」이라고 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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