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웨이 테오도르 웨이트
테오도르 웨이트 회장의 별명은 서부의 사나이, 「와일드 웨스트 맨(Wild West Man)」이다. 그는 실리콘밸리나 루트123, 리서치트라이앵글 같은 첨단기술의 메카들을 놔두고 소들의 땅 사우스다코타의 시골도시 수에서 컴퓨터회사를 차렸다.
85년 허름한 농가에서 출발한 게이트웨이는 주문판매라는 독특한 영업방식으로 오늘날 미국의 톱10 PC메이커가 됐다. 게이트웨이를 시작할 때 그의 나이는 스물둘이었다. 4대째 목장주였던 아버지에게 일찍부터 독립심과 기업가정신을 배웠던 웨이트는 대학생이 되자 공부보다 사업에 관심을 쏟았다. 잔디를 깎거나 접시를 닦는 일로 용돈을 벌어 쓰던 중학교 시절부터 그는 호시탐탐 기회를 노려왔다.
컴퓨터 우편주문 회사라는 아이디어를 찾아낸 웨이트는 결국 대학을 중퇴하고 게이트웨이를 설립한다. 델컴퓨터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다이렉트 마케팅과 주문형 컴퓨터의 콘셉트를 도입한 것. PC의 역사가 씌인다면 테오도르 웨이트라는 이름은 마이클 델과 함께 다이렉트PC 판매의 개척자로 기록될 것이다. 델이 초창기 기업용 시장에 집중하면서 시작했다면 게이트웨이는 대부분의 PC를 개인유저에게 팔아왔다.
웨이트는 94년 PC업계 최초로 전제품에 CD롬을 표준장착하고 96년엔 넷PC를 선보이는 등 한발 앞선 행보로 업계를 리드해 나갔다. 1000달러를 약간 넘는 비교적 싼 가격에 비디오게임 소프트웨어, 인터넷 사용권, 그리고 삼보의 체인지업처럼 다른 모델로 교체했을 때 제품가격을 보상해주는 전략을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당시 신제품 PC의 마케팅전략은 「당신 맘대로 한번 써보라」는 의미의 「유어 웨어(Your Ware)」.
최근 이 회사는 웹사이트를 통해 사용자들이 그동안 주문내역과 배달현황을 추적할 수 있도록 해주는 E소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게이트웨이의 실무지원팀과 인터넷으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 내년부터는 게이트웨이와 링크시켜 유저사이트 자체의 성능과 속도를 향상시키는 위저드 기능을 추가할 방침이다.
웨이트는 2005년의 PC메이커에 대한 비전을 『기술이 아니라 마케팅』이라는 말로 명쾌하게 제시한다. PC업체들의 매출이 그때도 여전히 하드웨어로부터 발생할지 모르지만 수익의 대부분은 인터넷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그는 확신한다.
지금도 PC메이커들은 값을 깎아주는 조건이라면서 구매자에게 아이들이 몇살이고 취미는 뭔지 시시콜콜한 질문을 던진다. 물론 다 속셈이 있어서다. 앞으로는 PC도 지금처럼 파는 순간 목돈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셀룰러폰이나 위성TV처럼 매달 서비스 계약을 맺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인터넷 서비스와 개인화된 웹서비스, 교육지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서비스 등을 위해 개인정보가 무기가 될 것이라고 웨이트는 내다본다. 웨이트는 이제 세계의 톱 CEO로 자리를 굳혔다. 포천지가 지난 10월 발표한 40세 이하 사업가 중 미국에서 세번째 부자에 그의 이름이 올라있다. 현재 그의 재산은 54억달러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웨이트는 CEO 자리를 제프 웨이젠에게 넘겨주고 회장으로 물러나 앉았다.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면 그는 여전히 진바지에 와이셔츠의 단추를 느슨하게 풀고 다닌다. 카우보이 부츠로 말에 오르는 모습은 영락없는 목동이다. 그는 소를 기르는 대신 홀스타인종의 얼룩무늬가 새겨진 독특한 컴퓨터 박스들을 세계로 실어보낸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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