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심각한 전자상가의 "유통경색증"

 가전제품에 대한 특소세 폐지 이후 일부 전자상가의 유통혼란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특소세 폐지를 기다리며 가전제품 구입을 미뤄왔던 소비자들이 매장을 찾고 있지만 가전제조업체들이 재고상품의 특소세 환급 처리절차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중에 물품공급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물품재고가 바닥이 난 일부 상인들은 팔 물건이 없어 빈 박스만 매장에 진열해 놓은 채 대책을 호소하고 있는가 하면 소비자들 역시 혼수품 등에 쓰일 예약상품을 적기에 사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등 소비자 불만 역시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이번에 특소세가 폐지된 제품이나 서비스요금 중에는 특소세가 폐지되기 이전에 이미 원가상승 요인이 발생했다며 특소세 폐지만큼의 가격인하를 거부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하니 당국의 적절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테크노마트·용산전자상가 등 가전유통업체 상우회 회장단은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고 국세청 당국에서는 지방국세청 직원을 동원, 15일까지 실사를 마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최근의 유통혼란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측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국세청에서는 특소세 환급금을 가전제조업체가 아닌 대리점별로 지급해야 하므로 전국의 수천개 대리점을 상대로 일일이 실사를 해야 하기 때문인데 현재 추세라면 실사완료 시기가 예정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많은 것 같다.

 특소세가 폐지되면 당장 상당한 규모의 세수차질이 불가피하다. 그런데도 정부가 그동안 검토해 온 특소세 폐지문제를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시행한 것도 국제통화기금(IMF) 체제하에서 물가안정을 통해 서민의 생계를 지원하고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며 또 이는 경기부양의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특히 가전제품의 경우 수입선다변화제도의 해제와 시장개방 등으로 외산 수입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국산제품의 가격경쟁력 확보라는 또다른 차원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우리가 그동안 특소세의 조기 폐지를 여러 차례 주장해 왔던 것도 이같은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었고 당국에서도 이 문제를 오랜 기간 검토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특소세 폐지 시행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상황을 예측, 해결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특히 현금거래의 경우 장부조작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신용카드 구매에 대해서만 특소세 환급을 허용하기로 한 것도 무언가 행정편의주의적이라는 인상을 금할 수 없다.

 정부당국이 지난 가을 특소세 폐지조치를 너무 일찍 예고함으로써 대기수요를 창출, 상인들이 매출감소로 곤혹을 치르게 한 바 있는데 특소세 폐지 시행과정에서 또 다시 곤혹을 치르게 한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가전제조업체들도 재고조사라는 이유로 출고를 지연시키는 것은 결국 소비자 보호를 외면하는 것으로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될 일이다. 일부 업체에서는 직영 대리점에 대해서는 제품을 공급하면서 일반 대리점에 대해서는 제품공급을 제한한다는 소리도 들리는데 이 역시 바람직스러운 일이 아니다.

 재고조사가 끝난 제품은 즉시 출고하고 특히 예약제품에 대해서는 우선 공급해주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 물론 현실적으로 인력이 부족해 조기에 실사작업을 완료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이해를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업계 전체의 이미지와 소비자 편의는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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