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을 눈앞에 두고 「Y2K」문제를 해결해주는 프로그램으로 가장한 컴퓨터 바이러스가 최근 미국에서 잇따라 등장, 전세계 컴퓨터 사용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바빌로니아(Babylonia)」 「마이픽스(Mypics)」 「폴리글롯(Polyglot)」 「Fix2001」 등 4종류의 Y2K관련 바이러스가 널리 확산되고 있다.
이중 미국 시만텍이 최근 공개한 「바빌로니아」라는 바이러스는 Y2K 문제를 해결해주는 프로그램으로 교묘하게 위장하고 있는데다가 이를 퍼뜨린 해커가 인터넷을 통해 바이러스와 계속 명령을 주고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시만텍의 셰리 워큰호스트 이사는 『주로 인터넷 채팅 프로그램을 통해 전파되는 바빌로니아 바이러스는 다운로드받을 경우 순식간에 시스템 전체가 바이러스에 감염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 바이러스는 유포자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인터넷을 통해 지시를 내려 감염된 컴퓨터를 완전히 마비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일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개발업체인 미국 시만텍이 발견한 「마이픽스」는 일단 한번 감염되면 2000년 중에는 언제라도 작동되는 것이 특징이다. 단순히 1월1일 하루 동안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것만으로 바이러스 문제를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사용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이 바이러스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전자우편 프로그램인 아웃룩을 사용하는 컴퓨터에만 감염되며 「당신을 위한 약간의 사진이 들어 있다」는 제목의 전자우편을 통해 유포된다. 전자우편에는 「pics4you.exe」라는 첨부 프로그램이 들어 있다. 이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면 익스플로러 브라우저가 가동되면서 음란사이트로 연결된다. 이 과정에서 컴퓨터의 데이터가 파괴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Y2K 카운트다운 프로그램으로 위장한 「폴리글롯」, 아예 이름에서부터 「Y2K 처방전」이라고 내건 「Fix2001」 등 Y2K를 표방한 컴퓨터 바이러스가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작동되는 바이러스도 최근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특히 「크리즈(Kriz)」로 불리는 컴퓨터 바이러스는 전자우편에 붙은 「Win32.Kriz.4029」라는 파일을 통해 전파된다. 이 바이러스는 감염 후 잠복했다가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24일 활동을 개시해 컴퓨터의 플래시메모리는 물론 하드디스크에 들어 있는 데이터도 말끔하게 삭제하는 등 요주의 대상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내년 1월1일에 활동하는 바이러스를 만들어 퍼뜨리겠다는 헤커들의 협박만도 3만여건에 달한다며 전세계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뉴밀레니엄을 겨냥한 Y2K 바이러스는 최근 한국 내에서도 속속 그 마각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0월 처음 발견된 폴리글롯 트로이목마(Troj.Polyglot)는 전자우편에 첨부된 「y2kcount.exe」란 실행 파일로 패스워드나 사용자번호(ID)를 해킹해 당사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힌 바 있다.
또 지난 11월에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챈탈(W97M.Chantal.A)과 MMKV(W97M.MMKV)는 MS 워드 문서를 감염시키며 2000년 1월1일이 되면 바이러스에 감염된 문서가 들어있는 디렉터리를 비롯해 C드라이브에 있는 모든 파일을 삭제해 주의가 요구된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바이러스 퇴치법에 대해 『의심 가는 E메일은 절대 열지 말고 삭제, 무료로 배포되고 있는 바이러스 백신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그때 그때 바이러스 감염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한다. 「낯선 사람이 주는 사탕을 절대로 받지 말라」는 옛 경구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서기선 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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