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특소세 폐지와 탁상행정

생활전자부·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가전제품 가격인하」 「경기 회복」 등을 기대하며 주요 가전제품에 대한 특별소비세가 폐지되기만을 기다려온 소비자들과 가전유통시장 관계자들은 실제 특소세가 폐지된 지난 3일 이후 심한 허탈감을 느껴야 했다. 일시적인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소비자들은 카드 판매를 꺼리기로 유명한 가전상가에서조차 현금보다 카드를 우대하는 기이한 경험을 맛봐야 했고 상인들은 물건이 없어 판매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가전업계와 소비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정부가 단행한 특소세 폐지는 좋은 의도에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본격 시행을 4개월이나 앞서 발표하는 행정적인 미숙으로 시행발표 당시부터 가전업계의 불만을 샀다. 이후 시행시기를 앞당겨 일단 업계 불만을 진정시켰으나 또다시 환급절차상의 문제를 매끄럽게 해결하지 못하면서 업계의 불만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가전유통업계는 한번도 아니고 두번씩이나 정부가 안이한 행정으로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특소세 폐지에 앞서 이같은 상황을 미리 예측, 해결방안을 검토했어야 했다. 장부조작 가능성을 이유로 신용카드 구매분에 대해서만 특소세를 환급해준다는 발상도 뭔가 행정편의주의적이라는 인상을 받게 한다.

 정부 관계자는 특소세법상 유통점이 창고에 쌓아놓은 물건에 대해 환급신고를 할 경우 아예 제품판매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돼 있지만 상인들을 위해 신용카드 판매분만큼은 인정해주기로 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신용카드 판매는 되면서 현금과 수표로 판매한 것에 대해서는 인정이 안된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늦어도 이달 중순이면 특소세 폐지로 인해 발생한 문제들이 어떤 형태로든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번 특소세 폐지 과정에서 나타난 일련의 문제들이 앞으로 정부의 정책 결정에 교훈이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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