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기획-뉴스&밀레니엄> Keyword.. 남북 경협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두고 남북경협 분위기가 한껏 무르익고 있다. 특히 전자·정보통신 부문을 중심으로 남북한 교류가 크게 늘고 있다.

 얼마전 조선컴퓨터센터와 개선무역총회사 등 북측 경제협력 실무기관과 계약을 체결한 삼성전자는 내년 1월부터 100만달러 규모의 소프트웨어 공동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할 예정이다. 또 현대가 추진하는 서해안 경제특구공단이 실현되면 850여개의 국내 중소기업체들이 북한 내에서 경제활동을 벌일 수 있게 된다. 거기다 정부가 남북협력기금 대출금리를 대폭 낮춘 이후 벤처업체들의 북한진출 움직임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남북경협이 활기를 띠려면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물류 인프라 문제다. 현재 대북교역 업체들의 임가공 비용에서 물류비는 60%를 차지한다. 단가도 제3국에 비해 크게 비싸고 운송기간도 왕복 한달 반씩이나 걸린다. 하역설비 노후로 작업이 힘들고 내륙 공장까지 도로사정이 열악해 자재 파손도 우려된다. 한번 왔다 가는 데 지불하는 비용은 2억원 이상이다. 결국 물류인프라 개선이 선행되지 않고는 자금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 육로운송을 허용하는 등 남북당국이 만나 결단을 내려야만 모처럼 무르익은 남북경협 분위기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한가지 북측 협상파트너의 신뢰성도 문제다. 그동안 협상 테이블의 합의가 지켜지지 않고 번복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게 대북교역 업체들의 불만이다. 정보 부족과 북한내 통신시설 미비, 품질에 대한 불신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남북경협은 이제부터 가야할 길이 멀다. 물류개선이나 신뢰회복, 정보의 확충처럼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뚜렷한 원칙을 세우는 일이다. 남북 교류는 한반도의 다음 세기를 위한 민족화합과 통일의 밑거름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남북경협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 이익에 무게중심을 둬서는 안된다. 서로가 부족한 곳을 적절히 메워줌으로써 양쪽 다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이 남북경협의 키워드가 돼야 한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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