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 내년도 반도체 투자전략

 「우리집 곳간부터 먼저 지키자.」

 내년도 반도체 투자전략을 수립한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의 투자방향은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두 회사는 당분간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면서 고수익을 내고 있는 메모리사업에 집중키로 한 것이다.

 ◇투자방향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는 애초 내년부터 비메모리반도체 부문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메모리시장이 되살아나자 투자계획을 얼마간 수정해야 했다. 당장 돈되는 메모리사업에 설비투자를 집중시키는 보수적인 전략을 채택한 것.

 삼성전자가 D램 생산라인을 0.18미크론급 이하로 전면 교체하기로 한 것이나 현대전자가 고기능 설비의 도입을 확대키로 한 것은 모두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두 회사는 설비투자를 확대하는 대만업체들의 물량공세를 한발 앞선 기술력과 수율로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두 회사는 2, 3년 뒤 닥칠 메모리시장 불황에 대비해 첨단 미세공정기술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방침이다. 불황에 대비한 안전판도 확보해 놓자는 것이다.

 삼성과 현대는 또 256MD램·S램·플래시메모리 등 앞으로 수요가 급증할 품목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기로 했다. 미래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다.

 ◇반도체장비 특수 기대

 두 회사가 내년에 생산라인 증설과 설비투자를 확대하기로 함에 따라 검사장비·노광설비 등 반도체장비 시장도 크게 활성화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캐논·니콘·ASM 등의 반도체장비를 들여올 계획을 수립했으며 현대전자도 256MD램 생산에 필요한 고성능설비를 적극 도입할 계획이다.

 특히 무주공산인 300㎜ 웨이퍼 생산장비 시장도 두 회사의 생산준비 일정에 따라 내년부터 본격적인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만 이들 장비는 대부분 외산 제품이어서 국내 반도체산업의 외산장비 의존도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 미칠 영향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현대전자가 설비투자를 확대함으로써 미국 마이크론, 일본 NEC­히타치 합작사로 이뤄진 4강 구도가 내년에 더욱 견고해질 전망이다.

 삼성·현대와 마찬가지로 마이크론은 올해 호황을 발판으로 내년에 설비증설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NEC­히타치 합작사는 내년 여름까지 400억엔을 투입해 D램 생산량을 현재의 2.5배인 월 3000만개 규모(64MD램 환산)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4대 업체의 세계 생산비중은 올해 75%에서 내년께 80%대로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대만업체들도 최근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나 2002년께에나 본격화할 300㎜ 웨이퍼에 대한 생산설비 투자에 집중돼 있어 4대 업체의 생산비중을 낮추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또 국내업체와 미국·일본업체간의 기술경쟁도 내년에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삼성·현대는 후발업체들과의 격차를 넓히기 위해 공정기술을 더욱 고도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에 맞서 마이크론, NEC­히타치 합작사 등은 64MD램보다 256MD램 이상의 차세대 메모리사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한국업체는 아성을 공고히 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미국·일본업체는 한국업체를 따라잡기 위해 설비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양 진영의 경쟁은 내년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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