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엽
◇74년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졸업
◇78년 한국IBM 대형시스템 지원 담당
◇83년 미 IBM 산타테레사시스템 평가연구소 저장장치시스템성능평가 분야 영업 기술지원담당
◇88년 미 IBM 국제시스템센터 저장장치 기술지원부문 아·태 및 남미지역 영업 기술 지원담당
◇93년 미 IBM 새너제이 기술지원센터 저장장치시스템 기술지원부문 북미 영업기술지원담당
◇96년 현재 한국IBM에 파견 근무중(영업기술지원 전문위원)
최근 들어 SAN(Storage Area Network)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저장장치 업체와 통신장비 업체는 물론 고객들 사이에서도 SAN이 하나의 새로운 열풍처럼 번지고 있다.
IBM을 위시한 델이나 컴팩, 선, HP와 같은 서버 공급 업체는 물론 3COM, 브로케이드 또는 빅셀(Vixel)과 같은 통신 장비 공급 업체까지 속속 SAN과 관련된 제품 발표를 하고 있어 마치 SAN이 우리 곁에 하나의 완성된 솔루션으로 다가온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SAN이 현재 기업의 IT환경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일시에 해결해 줄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SAN에 대한 이해와 접근 방법이 잘못되어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SAN이 물론 우리가 앞으로 지향해 나가야 할 데이터 중심의 IT 환경(Data Centric IT Infrastructure)구축을 가능케 하는 것이 기본적인 골격이며 방향인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SAN의 개념이 등장하게 된 배경을 이해한 후에 SAN에 대해 접근해 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SAN에 대해 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과거 30여년에 걸쳐 발전을 거듭해온 컴퓨팅 환경을 돌이켜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1970년대 메인 프레임을 중심으로 하는 호스트컴퓨팅 환경에서 시작하여 1980년대 퍼스널 컴퓨팅, 1990년대 초의 클라이언트 서버 컴퓨팅을 거쳐 오늘날에는 네트워크 컴퓨팅환경으로 발전해 나오게 되면서 데이터가 기업의 IT 환경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의미가 크게 변화하게 됐다.
우선 데이터의 양적인 면에서의 팽창 속도는 가히 기하급수적이다. 1970년대가 MB(Mega Byte, 100만 바이트)의 시대였다면 1980년대는 GB(Giga Byte, 10억 바이트), 1990년대는 TB(Tera Byte, 1조 바이트)시대를 맞게 되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기업이 유지 관리하게 될 데이터의 양은 쉽게 PB(Peta Byte, 1000조 바이트)를 넘어서게 될 것이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1995년과 비교할 때 2000년에 IT 환경이 유지 관리하게 될 데이터의 총량은 588 PB로 5년간 약 28배의 급성장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데이터의 양적인 팽창에도 불구하고 데이터를 보관하고 있는 저장 장치는 서로 특성이 다른 서버들에 종속되어 있으며 서버들은 LAN이나 WAN으로 연결되어 대량의 데이터를 고속으로 주고 받는데 한계를 드러 내고 있다. 메인 프레임을 제외한 서버들은 대부분 SCSI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연결구조를 가지고 있음으로 해서 SCSI 연결거리에서 벗어난 수많은 서버들은 아예 다른 서버들로부터 유리되어 섬처럼 둥둥 떠있는 모양을 취하고 있다.
오늘날 흔히 서버로 불려지는 호스트 시스템과 데이터를 저장하는 저장장치와의 연결구조 변화과정을 살펴보면 1970년대까지는 호스트 시스템이 저장 장치와 1:1의 관계를 유지하다가 1980년대 들어 복수의 호스트에 연결됐다. 이에 따라 데이터를 서로 공유하고 한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하면 다른 시스템이 백업 시스템의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시스템의 가용성을 크게 증대시키게 된다.
이후 1990년대에는 S390 환경에서 ESCON 기술이 소개됨으로써 호스트(서버)와 데이터 저장장치의 연결구도에 있어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다. 우선 호스트와 저장 장치간 연결거리가 획기적으로 늘어났으며(120m에서 23㎞로) 데이터 전송속도도 초당 4.5MB에서 17MB로 4배 정도 향상되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새 천년의 IT 환경에서 이기종의 복수 서버들과 디스크 및 테이프 저장 장치들이 고속의 파이버 채널망으로 연결되어 점진적으로 SAN 환경으로 이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되고 있다.
이와 같이 S390 환경에서 제한적이나마 SAN의 기초적인 개념이 실용화되고 있는 동안 유닉스를 비롯한 NT나 OS400과 같은 오픈 플랫폼들은 나름대로 각자의 영역에서 급속한 신장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1980년대초 메인 프레임 중심의 컴퓨팅 환경을 통째로 대치 할듯이 한시대를 풍미하던 클라이언트 서버 열풍은 오늘날 네트워크 컴퓨팅 환경으로 발전해 오면서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노출하게 되었다.
기업의 IT 운영 관리자에게 전담되었던 IT자원의 조달과 운영 관리가 클라이언트 서버 환경으로 가면서 각각의 부서나 업무팀들에 의해 결정 되었고 이에 따라 각 기업의 표준화 노력과는 거리가 먼 서버 플랫폼과 운영 체계가 혼재하게 되었다.
그 결과 기업 전체의 IT운영관점에서 볼 때 TCO(Total Cost of Ownership)의 증가, 효율성의 저하, 데이터 보안성의 허점, 기업이 운영하는 모든 IT 관련 업무와 데이터를 통합하기 힘들다는 점 등의 문제점이 노출됐다. 이에 따라 현재 유닉스나 윈도NT서버에 연결된 기업의 주요 데이터가 유닉스나 윈도NT 서버 운영 관리자로부터 다시 기업의 IT 운영관리자의 손으로 넘어 오는 과정을 겪게 되었다.
이제 기업의 IT운영관리자는 원했든 원치 않았든 서로 이질적인 성질을 지닌 서버들과 저장 장치들을 떠맡아 운영 관리해야하는 복잡하고도 중차대한 임무를 수행하게 되었으며 SAN이 그 하나의 해결방안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SAN의 역할은 무분별한 클라이언트 서버 열풍이 남겨놓은 여러가지 문제점의 수습과 해결 외에도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에 따른 기업들의 새로운 업무 영역을 지원할 수 있다는데 더 큰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SAN의 필요성을 증가시키는 기업의 새로운 업무 영역들을 살펴 보면 우선 전자상거래를 들 수 있다. 또 전사적 자원관리(ERP)나 신속한 의사결정을 도와주는(Decision Support) 업무의 경우에도 대용량의 데이터 처리 요구 때문에 SAN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SAN이 가져다주는 장점으로는 개선된 확장성, 데이터의 전송 속도와 전송 거리의 증가 외에 데이터와 장비의 공유에 따른 비용절감, 서버에 의존하지 않는 데이터의 백업과 웹을 통한 SAN 자원의 통합 관리 등을 들 수 있다.
SNIA(Storage Networking Industry Association)의 정의에 따르면 SAN은 대용량의 데이터를 연결된 서버에 관계없이 원거리에 분산된 저장 장치 사이에 주고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초고속 통신망을 이른다. 따라서 SAN 환경하에서 저장 장치는 호스트서버와의 주종 관계에서 벗어나 여러개의 서버와 공유되며 호스트서버에 의존하지 않고 저장 장치 간에 운영이 가능하도록 연결되어 디스크나 테이프 장비의 공동사용, 복제기능과 고가용성을 위한 클러스터링 등을 가능하게 해준다.
그러나 현재 단계에서 SAN은 SNIA가 정의한 청사진과는 아직 상당한 거리가 있으며, SAN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논쟁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는 커다란 괴리가 존재하고 있다.
흔히 SAN이 제공해 주리라고 기대되는 이상적인 환경은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든 서버들이 생산업체, OS 또는 아키텍처에 종속되지 않으며 독립적인 파이버 채널 네트워크에 연결된 저장 장치에 제한 없이 접속하여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저장 장치들은 파이버 채널 네트워크를 통하여 수천 ㎞ 떨어진 곳에 위치해서도 데이터 공유가 가능하다. 그리고 이론적으로는 저장 장치나 서버에 이상이 생길 경우 손쉽게 부품을 교체할 수 있으므로 SAN은 가용성을 제고할 수 있으며 언제나 대기중인 저장장치나 서버를 이용하여 업무가 중단없이 지속될 수 있다.
스토리지의 통합으로 인해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되었고, 용량의 무한 확장성, 유연성, 신뢰성 등이 보장되면서 스토리지 관리 비용 또한 현격하게 감소된다. 동시에 향상된 원격지 데이터 전송능력으로 재해에 대한 대책도 자연스럽게 마련된다.
그러나 이제까지 SAN이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의 현실은 SAN이 서로 다른 제조 업체에서 생산된 제품간에 극히 제한적인 호환성만을 지원하며 네트워크의 구성도 불과 10㎞에 미치지 못한다.
데이터의 공유도 호환성 없는 파일시스템과 데이터 형식으로 인하여 극히 제한되어 있다. 이질적인 SAN 간에 구성을 바꾸고 백업을 받는 등 관리를 위한 도구도 거의 초보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SAN의 중추적 신경망을 구성하게 될 파이버 채널 기술도 아직까지 완전한 표준화에 이르지 못했으며 그 거리도 아직까지 수십 ㎞에 지나지 않는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SAN이 가지고 있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SAN 환경에 대한 투자는 2003년에 이르러서는 1998년에 비하여 10배나 증가하게 될 것으로 미국에서 실시된 한 설문조사는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예측에 비하면 비록 느린 속도이기는 하지만 SAN은 SAN이 추구하는 이상의 구현을 위하여 꾸준히 움직이고 있다. 50여개의 제조업체(디스크와 테이프 저장 장치, 파이버 채널 스위치와 관리 소프트웨어 등을 망라한)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SNIA는 최근 여러 제조업체에서 생산한 장비간에 호환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들을 채택하였는데 여기에는 SAN 장비의 호환성 연구소의 설립과 표준화 절차를 다루는 소위원회의 설치가 포함되어 있다.
또한 SNIA는 표준화된 관리기법도 개발중인데 저장 장치의 구성이나, 저장 장치의 용량과 상태를 나타내주는 관리정보기초(Management Information Base)는 내년 중에 크게 그 사용이 확산될 전망이다.
최종 소비자인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해야 하기 때문에 SAN 뒤에 숨어있는 제조업체들의 구상은 극히 일부 폐쇄적인 SAN 환경 구축을 고집하는 업체를 제외하고는 서로 간에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여러 제조업체들이 판매하는 장비나 소프트웨어 간의 호환성을 위해서는 표준화와 같이 아직도 극복해야 할 여러 가지 기술적인 제약들이 상존하므로 SAN이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아직도 1∼2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호환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SAN의 중추라 할 수 있는 파이버 채널 스위치는 대다수 고객들의 기준으로 볼 때 아직도 신뢰도 면에 있어서 만족할 만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데이터의 공유 또한 해결이 쉽지 않은 복잡한 문제 중의 하나이다. SAN이 추구하는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anytoany) 데이터 공유는 데이터 형식이 서버 플랫폼이나 운영 소프트웨어로부터의 종속을 탈피할 때까지는 단지 하나의 이상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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