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무선호출기가 시티폰(CT2)의 뒤를 이어 나락에 빠져들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지난 10월 국내 무선호출 가입자수를 432만7105명으로 집계했다. 무선호출사업자들은 실가입자수가 이미 200만명 이하로 떨어졌다고 주장한다.
양측의 시각차이를 무시하더라도 지난 95∼97년 가입자수 1000만명 시대를 향유할 때와는 큰 차이가 있다. 10월 한달만 해도 신규 가입자수는 6만5000여명에 불과했던 반면 해지자수는 무려 56만여명에 달했다. 이제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삐삐」소리보다는 이동전화 벨소리가 더욱 자연스러워졌다. 공공장소에서 삐삐호출을 확인하는 것이 남부끄러울 정도다. 혹자는 삐삐를 구세대의 전유물로 취급한다.
비상연락수단으로 시장에 등장해 신세대 고유문화를 창출하는 등 이동통신 대중화의 총아로 떠올랐던 무선호출기가 이동전화의 강력한 도전으로 단 2년만에 정상에서 바닥으로 추락,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무선호출사업자, 특히 기기 생산업자들의 위기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최근 015 무선호출사업자들은 『이동전화의 삐삐 역무침해로 인해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며 정부에 개인휴대통신(PCS) 주파수 대역 할당과 이동전화사업자들의 역무침해 해소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무선호출사업권 반납까지 불사할 태세여서 파장이 클 전망이다.
기기 생산업자들도 지난해부터 무선호출기 내수침체에 맞서기보다는 미국과 중국 등지로 판매창구를 돌리거나 주력품목을 바꾸고 있다.
이동통신 선진시장인 미국에서는 요즈음도 연간 800만∼1000만대의 무선호출기 신규수요가 창출되고 있다. 물론 미국은 이동전화 사용료가 비싸기 때문에 무선호출기가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대중의 관심과 관련 산업이 무선호출에서 이동전화로 옮겨가는 과정이 자연스러운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무선호출기가 이동통신 대중화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 설비와 기기산업에 대한 활발한 투자가 이뤄졌다는 점, 아직 사용하는 데 큰 불편이 없다는 점에 비춰 쉽게 「토사구팽」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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