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구내통신망 시설개선 시급

김용정 케이블TV방송협회 사무총장

 80년대 초만 해도 텔레비전 채널이 수십개에 이를 것이라고는 쉽게 생각하지 못했다. 인터넷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초고속 정보통신망이라는 것은 상상속의 일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모든 것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21세기 정보사회에 적합한 초고속 통신망을 조기 구축하기 위해서는 종합정보통신망(ISDN)·케이블TV망·한국전력망·도로공사망 등 각종 정보통신 자원을 총체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지난 95년 개국한 케이블TV는 현재 전국 77개 종합유선방송국(SO)을 통해 전국전송망을 갖추고 있으며, 이 망은 초고속 정보통신망으로 양방향 부가정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21세기 정보사회 구축의 인프라로 학계와 업계에서 공히 인정받고 있다.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우선 각 가정으로 연결되는 전송망, 즉 구내전송설비가 완벽히 구축되어야 한다. 한국통신과 한국전력은 당초 케이블TV망이 초고속 정보망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대용량 고속전송이 가능한 광동축혼합망(HFC)을 구축하였으나, 이에 필요한 막대한 투자비로 인해 예상했던 것보다 상당부분 지연되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한전과 SO에서는 전송망 설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케이블TV망을 이용한 인터넷 이용자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런데 21세기 정보사회의 핵심인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건설하는 데 있어 우리는 제일 중대한 문제점을 간과하고 있다. 아파트·오피스텔 등 공동주택의 구내전송망 설비가 문제의 핵심이다.

 현행 법체계는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경우, 공청안테나 선로와 케이블TV 선로를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공동배선의 경우, 건축비는 다소 적게 들지 모르지만, 케이블TV 방송신호와 공청신호의 상호 간섭과 잡음 유입으로 화질이 같이 나빠질 뿐만 아니라 사용대역의 중복으로 정보통신망으로의 활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동안 기술세미나 등의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다.

 따라서 케이블TV 전송망과 공시청 안테나를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현행 기술기준을 개정하지 않고는 케이블TV 및 공중파 TV방송 시청자 모두에게 양질의 방송·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것이다. 21세기 정보시대를 살아야 할 국민에게는 깨끗한 화질의 텔레비전 시청, 빠른 속도의 인터넷 이용만이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아니다.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즉 원격교육, 원격 방범·방재, 원격진료 등의 첨단정보통신서비스는 우리의 생활을 근본적으로 풍요롭게 해 줄 것이다.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과 관련한 문제해결의 핵심은 현재 정부가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구내전송망 설비기준에서 공청안테나와 케이블TV 전송망을 공동으로 사용케 한다는 발상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21세기 정보사회의 인프라 구축을 근본적으로 부실화시키는 것과 정보사회의 초석이 될 기술기준을 하향평준화시키는 일은 정책당국이 절대로 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의 방송환경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다채널 전문방송인 케이블TV뿐만 아니라 위성방송·디지털방송, 더 나아가 이들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의한 정보사회로의 변화속도와 폭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빌 게이츠가 그의 최근 저서 「빌 게이츠@생각의 속도」에서도 말하였듯이 우리는 다가올 10년 동안 지난 50년보다 훨씬 더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그 변화의 근본은 효율적인 정보의 흐름을 가능케 하는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구축함에 있어 100년을 내다볼 수 있는 기술기준을 만드는 일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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