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그대로네.」
몇년 전 모 비누회사가 오래 쓰는 비누를 만들어 팔면서 대대적으로 히트한 광고 카피가 있다. 본래는 오래 써도 쉽게 무르지 않는다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이 말은 곧 「시간이 지나도 변할 줄 모르는 경직된 조직」을 빗대며 수많은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아주 오래된 얘기지만 요즘 정부와 이동전화 사업자들의 업무처리 방식은 그때의 광고카피를 적용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듯하다.
정부의 강압적인 업무추진과 사업자들의 계산된 반발은 2년이 다 되도록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강한 정부」를 표방하든, 표방하지 않든 사업자들에게 있어 정부는 늘 똑같은 모습이다.
6일부터 확정 시행되는 이동전화 소비자 약관 개선작업만 해도 그렇다.
파격적인 소비자 복지와 권익 보호, 불법 영업에 대한 제도적 차단 등 이번 개정 약관은 명목상 허울에 불과했던 이동전화 약관을 소비자 편으로 돌려놓았다.
그러나 업무처리 과정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보면 어딘가 석연치 않은 구석을 발견하며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다.
사업자들의 반론권은 철저히 무시된 채 정부지침에 따라 「형식적인 협의절차가 행해지고 보도자료가 나오는 예정된 수순」이 어김없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이동전화 사업자들은 『정부와의 논의에서 반론권이 없어진 지 이미 오래지만 행여 미운털이 박힐까 내색조차 못한다』고 하소연한다. 때로 「정부가 지나치게 강압적」이라고 불평도 하지만 곧이어 「절대 못들은 척해야 한다」며 절박하게 사정한다. 「누가 쓸데 없는 소리를 했냐」며 「발언자 색출」에 나서면 공연히 더 피곤해지고 사태만 악화되기 때문이다. 실무자들 중에는 밤늦게 걸려온 전화로 「적절히」 협박을 받은 사람도 있다.
「합리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자 노력하는 정부」가 왜 일처리는 그토록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정보통신부·김윤경기자 y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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