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306)

 우리는 백화점 이층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가 마주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곳에 들어온 손님들은 대부분이 외국인들이었고, 그나마 보이는 러시아인은 모두 고급 당간부들이라고 로버트가 설명을 했다.

 『러시아인은 고위층이 아니면 들어와 음식을 먹을 생각을 못합니다. 그것도 자기 돈을 쓰는 것이 아니고 정부 돈을 쓰지요. 여기서 한끼 먹는 음식값이 소련의 당간부 한달 월급과 맞먹기 때문입니다.』 창밖으로 붉은 광장이 내다보였고, 그 광장 건너편으로 크렘린궁이 보였다. 모스크바에 오면서 나는 제일 먼저 붉은 광장에 가보고 싶었다.

 모스크바를 연상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크렘린과 붉은 광장이었다. 크렘린궁은 음산하면서 통제로 가득한 살벌한 선입견을 주었고, 붉은 광장은 기념식 때면 으레 하는 행사장 의미로 인식되어 있었다. 그러나 실제 이곳은 그러한 선입견과 거리가 멀었다. 크렘린궁은 유럽식 건축 양식으로 아름다웠고, 붉은 광장 역시 그렇게 넓게 보이지 않는 아담한 놀이 마당을 연상시켰다.

 이 붉은 광장은 본래 시장이었는데, 17세기부터 의식을 거행하는 장소로 사용하게 되었고, 그래서 아름다운 광장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고대 러시아어에서는 아름답다는 말이 곧 붉다는 의미였다.

 『크렘린궁이 생각보다 아름답군요.』

 나의 말에 로버트는 히죽 웃으면서 말을 받았다.

 『저 크렘린 성벽 안에는 레닌이 살았던 소비에트 연방내각관이 있고, 박물관으로 사용하는 12사도 사원이 있으며, 황제들의 처소로 사용했다는 대크렘린궁이 있습니다. 대회궁전이나 내각관에서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회의가 열리지요. 그곳에서 역사가 이뤄집니다. 권력의 아지트니 무시무시한 곳이지요.』

 『관점에 따라 아름다울 수도 있고 공포를 줄 수도 있겠지요.』

 주문한 비프스테이크가 나와서 우리는 음식을 먹었다. 송아지 고기로 만들었다고 하는 고기 맛은 매우 좋았다. 음식을 먹고 차를 마신 후에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밤 아홉시가 넘어섰지만 거리는 밝았다.

 거리는 마치 영화의 세트장처럼 밝고 정돈이 잘 되어 있었다. 우리는 마르크스대로를 지나갔는데, 어느 건물 앞을 지나면서 로버트가 손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바로 저 건물이 악명 높은 KGB 본부입니다. 건물 앞에 서 있는 동상은 제르진스크입니다. 제르진스크는 레닌의 밑에서 비밀경찰을 창시했던 KGB의 대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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