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의 급진전에 반비례해 정보화의 역기능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자상거래의 활성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정보보호 및 보안 문제는 이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전자신문사가 주관하는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회장 허진호 아이네트 사장) 11월 정기모임이 지난 30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 동안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시큐어소프트 대회의실에서 「정보보호의 중요성과 국내 정보보호산업의 현황」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날 주제 발표자들과 토론 참석자들은 정보보호의 중요성에 비해 이에 대응하는 준비자세나 대응태세가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정보보호 분야의 전문인력이 절대 부족하다는 문제제기와 정보보호와 프라이버시 상충문제에 대해서도 진지한 토론을 가졌다. 주요 토론내용을 간추렸다.
"정보보호 중요성과 국내 산업 현황" 토론
△신용섭(정보통신부 정보보호과 과장)=보안과 관련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기술이 암호 알고리듬이다. 국내에서는 이 분야 기술이 취약해 외국의 알고리듬을 가져다 쓴다. 미국의 DES(40비트) 알고리듬을 많이 사용했는데 다행히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개발한 128비트 암호 알고리듬인 SEED를 기술이전해 업체들이 갖다 쓰고 있다. 이것은 소스도 공개돼 있다. 이 알고리듬을 깨는 공모전을 갖기도 했는데 사실 국내 기술은 분석조차도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언젠가 깨질 것이라고 보고 차세대 알고리듬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며 여기에는 수학자들을 참여시킬 계획이다. 이때는 새로운 공모방식을 도입하려고 한다. 정보보호관련 기반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업체는 전무한 실정이다. CDMA를 이용한 무선인터넷에 대비해 업체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정보보보 전문가는 전혀 없는 상황이다. 전문인력이 절대 부족해 인력양성이 시급한 실정이다.
△서진구(코인텍 사장)=전자상거래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전자상거래 업체는 두개의 축을 가지고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시큐리티고 다른 하나가 로지스틱스다. 최근들어 여러 분야의 기업들이 전자상거래에 진출하려고 한다. 의류업체나 건설업체 등이 대표적인데 특히 대형 의류업체들이 전자상거래에 많은 관심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과연 보안에 대한 마인드가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이 의문이다. 마인드가 부족하다고 본다. 전자상거래를 한다면 보안과 물류가 초점인데 쇼핑몰만 해도 소비자들의 불신이 아주 높은 것이 현실이다. 보안문제 중에서도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경우 이를 오·남용하는 사례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는 외국의 보고서도 있다. 보안의 경우 표준화 문제를 논하는 데 표준화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보안전문 업체들이 많이 나와서 각자의 보안기술을 다양하게 개발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전자상거래 업체 오퍼레이터의 고의적인 부정을 막을 수 있는 방비책에 대한 연구도 필요할 것 같다.
△송관호(한국인터넷정보센터 사무총장)=전자상거래가 활성화하는 시점에서 업체들의 보안 마인드가 부족해 불신의 벽이 높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전자상거래 업체들 가운데 보안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업체를 보안모범업체로 선정하는 방식으로 전자상거래 인증제를 도입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이다. 정보통신부가 초고속 정보통신아파트에 대한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정부의 대책마련과 함께 학교나 기업 등 민간차원에서도 보안문제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각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ITF 등 국제 인터넷 표준회의에 가보면 인터넷 보안과 관련된 논의들을 많이 하는데 우리의 경우 정부나 연구기관에서만 참여를 한다. 이러한 회의에 민간업체들도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다.
△정태명(성균관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참고로 쇼핑몰 업체에 대한 모범상점 인증제도는 정보통신부의 지원하에 이미 실시하고 있다. 이미 인증을 받은 업체도 있고 앞으로 더욱 확대할 것으로 알고 있다.
△한상기(벤처포트 사장)=소프트웨어나 콘텐츠 같은 것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다른 관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저작권 관리시스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MP3가 좋은 예다. 저작권에 대한 유연한 관리가 필요하다. 막는 것, 방어하는 것을 넘어서 권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기술이 앞으로 핵심기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승화(아주대 정보통신대학원 교수)=국내의 정보보호산업은 아직 미미한 상황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전문인력도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이제 인터넷 시대이고 세계화, 글로벌 시대인 점을 감안해 인력의 아웃소싱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암호화 기술 확보를 위해 국내 대학의 수학과에 지원하는 것도 좋지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 보안기술의 경우 이스라엘과 함께 러시아도 상당히 강하다. 전략적인 아웃소싱을 통해 기반기술을 확보하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다. 기반기술은 직접 개발하지 않더라도 사올 수 있는 것이다.
△하원규(한국정보통신연구원 정보기반연구팀장)=바이러스에 대한 설명을 들어 보니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다. 디지털 시대의 흑사병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보보호나 보안, 바이러스 문제들은 새로운 공동체 공간인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안심하고 쾌적하게 살아가는 데 걸림돌이라고 볼 때 무엇보다 건강한 사이버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이른바 사이버티즌(Cybertizen)이 필요할 때라는 생각이다.
△이양동(LG인터넷 사장)=보안을 거론하자면 사생활 보호문제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나 기업에서 직원들의 전자우편을 관리하는 것은 프라이버시 침해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보안과 프라이버시 침해 두 분야에서 조화를 이룬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할 것 같다.
△신용섭=회사 직원의 E메일은 기업의 자산이라는 견해와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견해가 외국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제도나 법도 이제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인근(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정보학과 교수)=우리는 사람에 대해서는 너무 폐쇄적이고 국수적이다. 인력이 부족하다면 국제적인 마인드도 필요할 것이다. 저가의 고급인력을 쓸 수도 있다. 암호화 기술 확보를 위해 수학과 양성도 좋지만 외국에서 갖다 쓰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쇼핑몰의 경우 소비자들은 웹에서는 검색만하고 물건은 직접 상점에 가서 산다. 불신에서 비롯되는데 이런 점을 고려해 신용카드 이외의 지불수단 연구도 필요하다.
△정태명=여러가지 연구가 진행중인 것으로 안다. 전자화폐가 그러한 새로운 지불수단으로 부상할 것이다.
△허진호(아이네트 사장)=암호와 관련해 국가에서는 업체에 암호해독기능 장착 의무화를 요구하는데 업계 입장에서는 이와 관련, 우려되는 바도 많다. 영장이 있으면 도·감청을 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이 정부가 원하면 언제든 암호 해독을 할 수 있게 한다는 말인데 이에 대해 좀 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에서도 민간의 반발 때문에 연방정부에서 구매하는 경우 등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전자상거래가 이제 막 활성화하는 시점에서 자칫 정부의 관여가 민간의 거래를 위축시키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신용섭=암호키 관리를 정부가 할 것이냐 민간이 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또 논쟁거리다. 국가의 관점과 시민단체의 관점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의 추세를 보고 입법화하자는 생각이다.
정리=김상범기자 sb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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