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열풍지대 베네룩스를 가다.. 유럽 SI성공 모범국 현장보고서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있는 요즘 정보기술(IT)업계의 화두는 아웃소싱과 전자상거래다. 급속한 IT기술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업의 내부역량을 극도로 전문화, 고도화시켜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선 무한경쟁에서 우위를 지키기 곤란하다. 그래서 요즘 많은 기업들이 경쟁력있는 핵심기능만을 남기고 나머지는 대부분 외부 기업들에 위탁경영하고 있다. 여기에다 인터넷의 이용이 확산되면서 각종 제품과 정보를 네트워크를 통해 신속하게 전달하는 전자상거래의 도입이 기업의 성공을 결정하는 요체가 되고 있다. IT기술의 변화에 발맞춰 누구보다 발빠르게 아웃소싱과 전자상거래를 도입해 성공의 길을 걷고 있는 외국의 선진사례를 현장취재를 통해 살펴본다.

편집자

 유럽 북서부, 북해와 마주하고 있는 네널란드. 국토의 25%가 바다보다 수면이 낮고 지하지원도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이곳에선 고속철도(NS)를 이용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 낙농 생산품과 꽃의 수출국이라는 인식과 달리 고속철도 운영만큼은 유럽 다른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는다.

 현재 네덜란드고속철도는 하루에 100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그 좁은 땅에 역은 무려 370개나 되고 하루 운행차량만해도 4600여대에 이른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이곳 고속철도는 우리의 철도 이상이지만 운영되는 형태는 전철과 거의 비슷하다.

 국가 전역의 철로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고 기차 시간이 바로바로 있다. 사람들이 어디를 가든지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바로 운송, 시설 및 운행관리 등이 문제없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각 복잡한 정보관리업무를 EDS에 아웃소싱을 맡겨 열차운행과 관련된 각종 업무가 차질없이 수행되고 있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고속철도를 운영하는 회사는 NS그룹이다. 이 회사는 90년대초 지주회사 형태로 운영되면서 이용객관리에서부터 역사관리, 철도관련 시설물관리, 유지보수에 이르기까지 모든 업무를 자체적으로 처리해왔다.

 그러나 93∼94년쯤 정부의 규제해제조치에 따라 그 동안 정부가 추진해 오던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지원을 대폭 줄일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업구조조정이 불가피했다. NS는 핵심분야에 경영력을 집중하고 경쟁우위를 유지, 이외에 다른 중요부문에 대해서는 아웃소싱을 활용하는 것이 시간단축과 효과를 한꺼번에 높일 수 있는 탁월한 방안이라고 생각했다.

 NS는 바로 이러한 점을 고려해 지난 94년말경에 소속인원이 얼마되지 않고 외부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중앙정보처리센터(CVI)의 운영을 외부에 위탁키로 했다. NS는 이를 위해 EDS를 비롯해 3개사로부터 제안서를 받아 기술과 서비스능력 등 여러 가지 조건을 평가해 최종적으로 EDS를 아웃소싱업체로 선정했다. 이 회사는 현재 EDS와 10년이라는 장기 아웃소싱계약을 맺고 있다. 4년이 지난 현재 EDS 서비스에 대한 고속철도회사의 만족감은 상당하다.

 고속철도의 재정관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크리스 W 스멀더(Chris W Smulders) 이사는 『고속철도의 CVI업무를 EDS에 위탁함으로써 원가를 절감하고 조직의 유연성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인적·재무자산의 효율적 활용으로 경영의 합리화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EDS의 서비스를 고속철도의 한 부서와 같이 활용하면서 철도관련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물론 당초 자체적으로 CVI를 운영할 때 500여명이나 되던 요원들을 EDS에 맡겨 350여명으로 줄여 그만큼의 인원절감효과를 얻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NS는 연간 5000만 길드 이상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계속해서 아웃소싱해야 할 분야를 찾고 있다. 현행 CVI업무에서 위주로 되어 있는 아웃소싱업무를 시설유지관리 등 관련 분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스멀드는 『EDS를 아웃소싱 파트너로 신뢰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앞으로 EDS의 축적된 노하우와 기술력을 통해 서로가 윈­윈(Win­Win)이 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전자상거래의 성공사례를 보자. 벨기에 역시 네덜란드처럼 국토가 작고 자원도 별로 없지만 수도 브뤼셀은 경제의 중심지다. 나토 및 유럽경제공동체의 본부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벨기에에 눈길을 끄는 회사가 있다. 브뤼셀 퀘인젤란이란 곳에 자리잡은 이사벨(Isabel)이 바로 그 회사다. 이사벨은 지난 94년 제너럴뱅크(General Bank), BBL, 크레디트뱅크 등 벨기에 3대 은행이 은행권 기술표준에 대해 의견을 나누다 다중 은행업무처리를 전자화하는 사업에 필요성을 느껴 이들이 공동으로 세운 회사다. 이어 ASLK은행, BACOB, 시에라 등 몇몇 지역은행들이 추가로 참가해 이사벨 애플리케이션 프로젝트를 실시해 96년 11월경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사벨에서 운영하고 있는 「전자상거래(eCommerce Business)」 솔루션의 이름도 이사벨이다. 이는 EDS벨기에 소속의 FCC(Finance Competence Center)그룹이 개발했다.

 이사벨은 「이사넷」이라는 네트워크를 통해 은행, 인터넷, 정보제공회사, 일반인들이 안방에서 은행업무처리에서부터 금융정보, 전자상거래까지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사벨은 고객들이 B to B(Business to Business) 방식의 전자상거래(eCommerce)서비스를 비롯해 전자뱅킹(Electronic Banking), 기업과 대정부 관련 업무처리를 위한 전자정부(eGovernment)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러한 업무를 중개해 주면서 통신과 보안 등의 책임을 지고 각 가입자는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초기에는 이사벨을 이용하는 정부 및 투자기관, 은행과 기업들, 유저그룹들이 이 일상적으로 하는 은행업무를 비롯해 각종 재무관련 업무처리를 아무런 문제없이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켜주는 게 가장 큰 과제였다. 이러한 문제가 해결된 후부터는 참여기업과 유저들이 늘어나 이제 벨기에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금융기관이 되고 있다.

 현재 이사벨의 이사넷에는 주주은행을 포함해 벨기에의 내로라하는 23개 은행이 모두 연결되어 있고 4만600개에 이르는 기업들이 고객사로 가입해 있으며 이들 회사의 7만7300명의 유저들이 이를 활용하고 있다.

 97년 설립 초창기만해도 3500여개에 그쳤던 고객사들이 2년도 채 안돼 4만개사가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사벨은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내년도에 고객사들이 4만4400개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사벨의 니컬러스 앤콧(Nicolas Ancot) 밸류애디드서비스 담당이사는 『이사벨에 가입해 있는 은행이나 고객사, 유저들은 하나의 회선으로 자신이 원하는 은행과 연결해 모든 은행업무를 처리할 수 있고 궁금한 일이 있으면 전자우편을 통해 손쉽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며 『또한 8개의 정보제공업체들이 전세계 금융 및 경제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수시로 검색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사벨의 특징은 대략 4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우선 전자뱅킹이 가능하다. 컴퓨터를 통해 은행업무를 볼 수 있어 가입자들이 언제든지 재정관리를 컴퓨터를 통해 협의할 수 있다. 둘째는 기능이 단일화, 이사넷에 연결되어 있는 30여개 은행들의 서비스, 정보, E메일교환 등이 하나의 패키지로 통합관리가 가능하다. 셋째로 보안성이 탁월하다. 일반은행과 달리 스마트카드를 통해 전자서명으로 이용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있어 정보를 주고 받는 데 잘못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이용요금이 저렴하다. 이사벨 베이직 버전을 이용할 경우 매달 7유로 정도를 주면 거래은행과 온라인 업무는 물론 전세계 파트너와 전자우편을 주고 받을 수 있고 이사넷을 통한 전용선을 이용해 통신사용료를 절감할 수 있다.

 우리 금융기관은 일반 예금인출 등 일반금융업무를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정도지 은행간 상호정보 교환과 고객사와의 네트워크 구축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이러한 점에 비춰 보면 이사벨은 「선진 전자상거래」임에는 틀림없다.

 니컬러스 앤콧 이사는 『이사넷은 은행간의 경쟁을 유도하는 중요한 촉매제가 되는데다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활용되면서 국내에서 활용도가 75%에 이르고 있고 현재 국제적으로 이용이 확산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 두사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은 EDS다. EDS는 네덜란드 고속철도(NS)의 중앙정보센터(CVI)를 맡아 차질없이 운영하고 있고 벨기에 이사벨의 네트워크를 제대로 운영되도록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회사는 NS와 관련해선 정보처리의 아웃소싱 계약기간을 연장하는 것 이외에 그 동안 축적한 노하우를 앞세워 다른 업무로 아웃소싱 범위를 넓히기 위해 구체적인 실무작업을 밟고 있다.

 EDS는 또 이사벨과도 밀접한 협력관계를 맺고 이사벨 애플리케이션인 「이사벨」의 기능강화와 이사벨이 국제적인 금융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각종 경영자문을 하고 있다.

 EDS벨기에의 FCC를 책임맡고 있는 부사장 에드먼드 톱스(Edmond Torfs)는 『FCC는 이사벨의 개발을 통해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세계 금융기관과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전자상거래솔류션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국 주택은행이 기술발전과 고객의 요구사항에 맞는 차세대 시스템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 금융업무 전문가와 금융 IT관련전문가들을 투입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결국 우리나라는 선진기술도입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선진국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한 점에서 네덜란드의 고속철도와 벨기에의 이사벨 운영은 우리나라기업들의 성공의 길잡이가 될 것이다.

금기현기자 khku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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