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터진 부도 액수는 그렇게 많지 않았으나 자금이 동결된 상태에서 어음이 계속 돌아오자 적지 않은 액수였다. 사채뿐만이 아니라, 은행으로부터 빌린 돈도 갚을 수 없었다. 소유하고 있는 땅과 공장, 그리고 설비를 모두 합산하면 모든 채무를 해결할 수 있으나, 일단 부도가 터져서 은행을 비롯한 종금, 그리고 개인에게 차압을 당하자, 그 소유물건은 휴지조각 같았다. 채권단이 형성되어 먼저 부동산을 공매붙여 회수해갔다.
그러나 부동산으로는 채무의 반밖에 해결하지 못했다. 그 밖에 수주맡은 일에서 수금해 일부를 청산하고, 약간의 채무만이 남았으나 회사는 망할 대로 망해버렸다. 처음에 창업을 할 때 같이 일했던 한용운과 오준호 그리고 영업과장 노정기, 자금담당 유성진, 경리 공선미, 운전기사 윤학수만이 남고 모든 직원이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내가 타는 차량도 없애고, 운전기사 윤학수는 일반 관리직원으로 일하게 했다. 회사는 다시 청계천4가로 옮겨 골목의 4층 건물 옥상에 차렸다. 그 건물은 실제 3층까지 올라간 것인데 건물주가 4층에 가건물을 올려 세를 준 것이다. 벽이 제대로 방한 방온이 되지 않고, 지붕이 양철로 되어 여름에는 숨막히게 무덥고 겨울에는 추웠다.
우리는 쓰러질 수 없다. 다시 일어서자. 나는 직원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공장자동화도 물론이지만, 앞으로는 환경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다. 그래서 수자원 조절과 환경 관련에도 눈을 뜨고, 공장자동화를 역점 사업으로 하지만, 다양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사무자동화와 더불어 일반국민이 필요로 하는 생활자동화 시스템도 개발하자고 했다. 그것은 내가 다시 일어서면서 세웠던 좀더 융통성 있는 목표였다.
처음에 공장자동화만 고집하다가 좀더 다양화된 것은 그것들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첨단 사업이라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공장자동화(FA)나 사무자동화(OA) 시스템은 공통적인 제어 시스템의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함께 개발이 가능했다.
나는 백의종군한다는 마음으로 소형 승용차를 구입해서 내가 직접 운전하면서 다녔다. 물론, 술을 마실 일이 있을 때는 윤학수가 운전해 주었다. 회사 직원에게 나가던 보너스도 억제되면서 긴축 재정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한번 수렁에 빠진 자금사정은 좀처럼 극복되지 않았다.
바로 그 무렵에 나에게 좋은 소식이 날아왔다. 미국 유학때 알게 된 CIA 부국장 헤밍웨이가 서울에 잠시 들렀다가 나를 만나서 자기들을 위해 잠시 일 해달라고 요청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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