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제자리로 돌아가자

이은성 KIST 선임행정원

 성수대교 및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수백명이 생명을 잃은 가슴아픈 기억이 사라지기도 전에 화성 씨랜드수련원 화재와 인천 호프집 화재로 수많은 어린이와 학생이 희생되는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같은 대형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법을 집행하는 공직자들이 예외없이 하는 말이 『다시는 이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후약방문이 제대로 지켜진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런 공직자들 아래서 우리 국민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생업에 종사한다.

 이번 사건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고위공직자라 해서 잘못이 없는데도 무조건 처벌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형사고로 불안해하는 국민을 위한 조치가 비리공무원 몇명의 구속과 일과성 단속이나 점검으로 끝나지 않나 싶다.

 지금 우리 사회는 도덕성을 상실한 지 이미 오래됐고 법에 의존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법이 허물어진 곳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정의는 간 곳 없고 유전무죄의 원칙만이 존재하는 듯하다.

 올해 초 민간기업이 실시한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는 법과 질서를 지키는 사람이 손해를 보는가」라는 질문에 20세 이상 성인 55.5%가 「그렇다」고 응답, 법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여실히 증명해 줬다.

 도로변의 주·정차 금지 및 견인지역 표지판은 실종되어 가는 시민의식을 말해주듯 주차표지판으로 착각할 정도로 불법 주·정차가 성행해도 단속은 이루어지지 않고, 밤이 되면 소주방·노래방·PC방 등이 훤하게 밝혀놓은 네온사인 간판숲 사이로 중·고생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녀도 그곳이 청소년의 놀이공간이 아니라고 바르게 인도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처럼 무질서가 판치는 사회에서 벌어지는 잇단 대형사고는 어찌 보면 예고된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지금 정부는 새 천년을 앞두고 「살고 싶은 나라」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장밋빛 정책제시에 연연하고 있다.

 이런 거품이 가득한 장밋빛 청사진보다는 기성세대가 먼저 법과 질서를 지키는 솔선수범을 보임으로써 청소년들을 지도해 나가는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

 모든 것이 법의 테두리 속에 이루어지는 것보다는 도덕성을 회복하는 국민의식 개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란 생각이다.

 사랑의 매를 들고 싶어도 들지 못하는 선생님의 심정, 그리고 스승을 경시하는 풍토를 누가 가르쳐 주겠는가. 교육현장에 교사의 권위가 서지 않는 것이 과연 교사만의 책임인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연구원은 연구원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공무원은 공무원대로 모두가 제 위치에 서야 한다. 그래야 사회는 건강을 되찾게 된다.

 새천년을 맞기에 앞서 우리 모두 자기 자리로 되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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