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283)

 고려방적의 이 사장이 스케줄이 있어 못 만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만나는 것조차 피하는 눈치였다. 그들이 나를 오해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완성도가 없는 불량품을 납품해서 공정을 마비시켰다는 것이다. 공장에서 호텔로 돌아온 배용정과 나는 마음이 상해서 술을 마셨다. 운전기사 윤학수도 함께 데리고 지하에 있는 술집으로 들어갔다. 자정이 넘은 시간인데도 넓은 나이트클럽에는 젊은이들이 가득 있었다. 우리는 룸을 하나 빌려서 그 안으로 들어갔다. 윤학수가 자리에 앉지 않고 부동 자세로 서서 말했다.

 『사장님, 저는 술을 못합니다.』

 『왜 그래 윤 기사? 운전할 것도 아닌데 한잔 마셔요.』

 『사장님, 저는 사장님과 합석을 해서 마시지 못합니다. 그냥 숙소로 올라가겠으니 두 분이 마시세요.』

 윤 기사는 계속 부동 자세로 서서 말했다.

 『형식을 차리지 말고 앉아요. 여기선 모두 형 아우가 되는 거야.』

 윤 기사가 군에서 막 제대를 했다고 하지만, 그와 나의 나이 차이는 두 살에 불과했다. 배용정이 나보다 두 살이 많으니 우리는 두 살 터울의 젊은이들이었다.

 『그래도 저는 마시지 못합니다.』

 윤 기사는 고집을 부렸다. 끝까지 마시지 않겠다고 버티어서 더 이상 잡아둘 수 없었다. 윤 기사가 자리를 뜨자 배용정이 말했다.

 『참으로 답답한 놈이군. 저렇게 꽉 막혔어. 한두 잔 마시고 올라가도 될텐테 말이야.』

 『저 친구가 그런 대로 순수하지 않습니까, 형?』

 『글쎄, 사회에 나와서도 군기가 들어서 그런 것이지 뭐. 그건 그렇고, 이번 일은 정말 미안해. 모두 내 책임이야.』

 『내일 회사로 돌아가서 그 원인을 정밀 분석해 봐야겠어요. 불량품이 그렇게 많이 나왔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아요.』

 『술이 있으면 여자도 있어야지?』

 방으로 들어오는 웨이터를 보자 배용정은 나를 향해 물었다.

 『나는 술만 마셨으면 하는데 형에게 생각이 있다면 불러요.』

 『그러지 뭐. 이 봐, 여기 아가씨 있지요?』

 탁자 위에 술과 과일접시를 내려놓는 웨이터에게 물었다. 웨이터는 빙끗 웃으면서 대답했다.

 『물론입죠. 물이 잘 오른 애 들여보내겠십니더.』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