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281)

　『오작동이 없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대동이 완벽하게 된 것을 가져왔을 테니까요.』

　『최 사장님, 오해하지 마십시오.』

　그는 나에게는 아버지나 다름없는 연배의 나이였지만 공손하게 대했다. 그러면서도 차가운 어감으로 잘라 말했다.

　『우리가 영준소프트웨어와 거래하면서 대동을 불러들인 것이 아닙니다. 계속 오작동이 생기자 여기 기술주임인 임창룡씨가 다른 것과 비교해보자고 하면서 구해온 것입니다. 대동에서 우리를 찾아온 일도 없고, 그곳과 교섭을 한 일도 없습니다. 다만 비교가 됐다는 것이지요. 일본 것도 사용해봤지요. 이 방적기기들이 모두 일본제품이기 때문에 일본것도 잘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국산품을 애용하자는 취지로 국내제품을 쓰는 데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국내제품이라고 할지라도 좋아야 할 것입니다. 오작동이 자주 발생하면 그로 인해서 생산성이 떨어지는데, 기계 하나가 한 시간을 쉬면 얼마나 생산이 떨어지는지 아십니까? 일부 간부들은 오작동으로 해서 생산을 중단한 손해를 청구하는 재판을 하자고 하는데, 그렇게까지 하면 최 사장님이 곤란하실 듯해서 내가 적극적으로 막았습니다.』

　그는 생색을 내면서 나에게 겁을 줬다. 불량제품으로 인해서 작업이 중단된 손해를 청구할 경우 그것이 터무니없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그렇게 되면 나는 몰락하고 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모든 제품을 교환해주는 일로 나는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됐다. 적어도 전량을 교환하려면 두어달이 소모되는데, 그동안의 인건비며 경상비를 추산하면 상당히 큰 손실이 온다.

　『한번 제가 직접 제품을 점검했으면 합니다.』

　나의 말에 기술주임 임창룡이 입술을 실룩하고 말했다.

　『배 과장님이 여러 차례 점검하고 오작동을 확인했습니다.』

　『원인은 무엇으로 밝혀졌습니까?』

　『말씀 드리지 않았나요?』

　공장장이 의아하다는 듯 배용정을 쳐다보며 반문했다.

　『칩에 문제가 있었죠. 불량품이기 때문으로 밝혀졌습니다.』

　칩의 오작동에서는 그 원인이 밝혀지기 어려운 것이 보통이다. 날씨가 너무 더워도 오작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배용정은 명확하게 불량품이라고 말했다. 실제 불량품이라는 구분이 그렇게 뚜렷한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훗날 그 이유를 알고 나는 자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