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전산장애 너무 잦다

 최근 코스닥시장 전산시스템이 중단되는 등 시스템 다운 및 오작동 사례가 잇따르면서 이에 대한 전반적인 증권거래시스템의 안전대책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7일 코스닥증권시장의 전산시스템 네트워크 용량 초과사태. 올해 들어서만 벌써 다섯 차례나 말썽을 일으킨 바 있는데 이번 전산시스템 사고는 코스닥증권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월에 일어난 전산시스템 장애 이후 불과 한달만에 다시 발생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커다란 불만을 사고 있다.

 27일 코스닥증권시장 전산시스템 사고는 개장과 동시에 주문이 폭주, 40여개 종목의 시세정보가 10분 이상 늦게 통보되는 양상을 빚었다. 한마디로 과다한 시세조회로 인해 네트워크가 과부하를 견디지 못한 것.이같은 사고는 지난 4월과 6월, 8월, 9월 등 다섯 차례에 걸쳐 일어난 시스템 장애 및 주문체결 지연처리와도 비슷한 유형이다.

 증권거래소 역시 지난 8월 5일 전산시스템 장애로 20분간 주가지수 선물·옵션 매매가 중단된 사건이 일어났다. 또 2월 23일에도 증권거래소 개장과 함께 전산시스템이 다운돼 2시간 동안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물론 이들 증권거래소 전산시스템의 일시중단 사태는 각기 통신제어소프트웨어의 작동불량과 DB구조 변경을 위한 테스트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아직까지 적절한 대책을 내놓은 바 없다.

 이와 관련, 증권전산 관계자는 『대부분의 전산시스템 장애는 시스템상의 오류라기보다는 시스템 오퍼레이터의 오작동 및 자체 프로그램상의 문제』라며 『최근의 코스닥 전산시스템 장애는 한꺼번에 매매체결 요구가 일어나서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시스템 용량 확대 이외의 다른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산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그간 매매체결 지연사고를 경험한 증권시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대형컴퓨터의 확충을 통한 처리용량 확대에 주력했지 처리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해줄 수 있는 길목(네트워크)의 확장은 미처 신경쓰지 못했다고 한결같이 지적한다. 실제로 코스닥시장과 증권전산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환경은 그동안 56Kbps급 전용회선 4개와 백업회선 1개에 불과했다. 코스닥이 활황세를 보이던 지난 8월부터 최소한 근거리통신망(LAN) 환경으로 전환해야만 네트워크 용량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코스닥시장의 대응은 안이했다는 분석이다.

 코스닥시장은 27일 사고발생 뒤 부랴부랴 56Kbps 전용회선을 2개 더 늘렸고 앞으로 2주내에 LAN환경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사후약방문격의 즉흥적인 대응방식으로는 앞으로 호가 및 정보제공범위 확대에 따른 기동성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시스템 및 네트워크 용량 문제 외에도 보완할 점이 적지 않다. 전력공급에 차질이 생길 때 대처할 수 있는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와 통신회선의 이중백업장치인 SWAN 장비 등을 아직 갖추지 못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증시 주변에서도 『전산장애가 있을 때마다 시스템 오퍼레이터의 오작동이나 시스템의 용량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증권거래소나 증권사들이 주식거래로 막대한 수수료 차익을 남기면서도 전산시스템 투자 등 리스크 관리에 소홀한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현재 거래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매매체결시스템은 각각 유니시스 기종과 컴팩의 탠덤 기종이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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