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10월 토론내용

정보기술 인력 수급현황.전망

 정보기술(IT) 분야의 급격한 발전에 따라 적절한 인력수급 문제가 세계적인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더구나 기술과 산업의 융합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직종구분 자체가 모호해지고 있고 이는 또 대학을 포함한 교육계에서도 진지한 논의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전자신문사가 주관하는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은 지난 25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 동안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한글과컴퓨터사 회의실에서 「정보기술관련 인력의 수급현황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주제 발표자들과 토론 참석자들은 IT관련 인력양성 문제가 시급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으며 인력양성 방법을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주요 토론내용을 정리했다.

 △한태인(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조사연구실장) : 직종도 분류작업이기 때문에 체계성·일관성, 그리고 아이덴티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분류체계가 미비하다. 예를 들어 시스템 프로그래머, 시스템엔지니어 등으로 구분돼 있지만 그 차이가 어떤 것인지 정립돼 있지 않다. 명확한 분류가 우선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현정(비트컴퓨터 대표) : 노동부 과제로 추진되고 있는 프로젝트에서 현재 70개의 IT관련 직종을 1차로 구분했는데 내용을 보면 좀더 깊이 있는 검토와 논의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를 보면 웹디자이너나 리눅스전문가, IT강사 등 최근 부상하고 있는 직종에 대한 수렴이 없어 아쉽다. 또 인력은 수가 얼마인지보다는 능력이 더 중요하며 이것이 IT산업의 특수성이다. 대학 졸업생들 능력을 제고하는 문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현실에서 민간 교육기관에서 제대로 받은 교육이라면 대학에서도 이를 인정해주는 방안도 건설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송관호(한국인터넷정보센터 사무총장) : 미국의 현황에 대한 발표내용을 보면 백인은 IT 직종 가운데 기획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반면 인도로 대표되는 제3국의 인력들이 데이터처리나 프로그래밍 등 이른바 3D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제 IT 인력 가운데 3D 직종에 대한 대처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 우리가 IT 인력의 중요성을 논하면서 인력수급 차원이니 직종안배니 하는 말들을 하고 있지만 국내 경제인구 1500만명 가운데 IT인력이 0.6%라면 0.6% 이외의 나머지에 대한 고민은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부나 노인들에 대한 교육과 이러한 교육을 통해 새로운 인력은 물론 수요까지 창출할 수 있다.

 △하재구(컨텐츠코리아 사업본부장) : 기술자를 키울 것이냐 전문가를 키울 것이냐 하는 것이 교육의 문제라고 보면 우리는 너무 기술중심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결국 「기술자만 키우다 말 것」이라는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창의성이다. 기술발전으로 산업자체가 통합 조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틀을 만들어 직종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획일적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다. 전체를 종합적으로 알고 조율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며 이러한 점을 고려해 인력양성도 기술자와 전문가 양쪽으로 구분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전하진(한글과컴퓨터 대표) : 직종을 구분하는 데 너무 광범위하거나 엔지니어링에 집중돼 있으면 곤란하다. 전략 위에 기술적 요소가 가미돼야 한다. 예를 들어 마케팅 분야도 IT산업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인데 IT인력을 생각할 때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도 지적할 문제다. 이제 모든 산업과 직종에 IT가 접목돼야 한다.

 △한상기(벤처포트 대표) : 대학이 직업학교화하는 것은 문제다. 산업이 융합되는 상황에서 학과를 지나치게 특성화하고 세분화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종합적 사고가 가능해야 할 것이다. 외국의 IT 전문가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보고는 『왜 한국에서는 학교나 전공을 그렇게 따지는가』하고 말한다. 어느 학교를 나왔고 무엇을 전공했는지가 10년이 지나서도 계속 유효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사람에 대한 가치평가가 변해야 한다.

 △박기순(LGIBM 상무) : 우리는 3D 직종만 교육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인도가 IT분야에서 부상하고 있지만 대표적인 3D 중심 국가다. 창의성, 마케팅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더 필요하다. 너무 기술적인 면에 치우치는 것같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저임금을 무기로 경쟁하는 수준에 계속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이양동(LG인터넷 대표) : 종합적이고 전략적인 능력배양과 마케팅 등을 대학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것도 좋지만 현실적인 기대치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얼마전 전산학과 졸업생을 면접하는 데 「SQL」이라는 용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론보다는 현실적인 감각과 안목에 대한 필요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차재원(제이스텍 대표) : 외국 인력의 수입개방에 대해 이제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선진국일수록 IT분야의 인력시장을 개방하고 있는데 국내의 경우 외국인의 국내 이민도 금지돼 있는 상황이다. 일부 3D 산업에서 전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정도다. 현재 국내 IT인력의 수급현황을 보면 좀더 고급 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동시장의 저항이 있겠지만 고급인력에 대한 외국인력 수입개방 문제는 이제 중요한 화두로 논의하기 시작해야 한다.

 △안철수(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 대표) : 대학에서 폭넓은 사고를 키울 수 있는 인력 배출을 담당해야 한다는 말은 맞지만 모든 인력에서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는 안된다. 고급 교육을 받고 배출되는 인력은 넘쳐나는데 정작 기업에서는 필요한 인력을 찾기 어려워 구인난을 겪는 현실이다. 4년 가운데 2년 정도는 기술중심의 교육을 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 같은데 학생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 연구직으로 갈 것인지 취업을 할 것인지에 따라 교육의 내용과 선택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취업하려 한다면 직업학교화하는 것도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정리=김상범기자 sb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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