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기획-뉴스&밀레니엄> Case.. 국내3사, 외자유치 유형과 성격

 외자유치는 이제 단순히 외국의 자본을 끌어들이는 것 이상의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세계적인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의 한 방안으로 추진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윈윈전략」을 위한 가장 긴밀한 협력방안으로 외자유치가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자를 유치하는 정도나 구현방법에서 다양한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일정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가장 일반적인 형태고 50% 이상의 지분을 매각하는 적극적인 형태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글로벌 시장을 노린 전략적 구상에서 추진되고 있다. 또 외국 자본이나 기술을 끌어들여 새로운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도 외자유치의 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한아시스템·어필텔레콤·코오롱 등 3사의 유치유형과 사례를 알아본다.

편집자

 대표적인 국산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한아시스템(대표 신동주)은 지난 8월 대만의 CDIB(China Development Industrial Bank)로부터 12.28%의 지분참여 조건으로 300만달러를 유치했다. 총 7만주를 신주로 발행, 주당 5만원의 가격에 매각하는 방식이었다. 코스닥 등록 준비에 돌입한 6월말 CDIB로부터 먼저 제의가 들어왔고 한달 만에 합의를 끝냈다.

 CDIB는 이미 회사에 대한 사전조사를 끝낸 상태였고 따라서 큰 이견없이 순탄하게 모든 합의가 이루어졌다. CDIB의 제의가 들어오기 2∼3개월 전만 해도 주당 2만2000원선에 국내 투자를 받아들였던 한아시스템으로서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그러나 이 회사가 이번 투자유치를 기회로 보고 있는 것은 해외, 특히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 시장진출에 있어 좋은 파트너를 얻었다는 것이다.

 CDIB 역시 기업의 수출지향성을 강조하며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뜻이 일치했다. 한아시스템은 이번 외자유치로 인터넷 접속을 위한 신제품 개발에 투자자금을 확보했고 차세대 개발에 착수할 수 있게 됐고 대외적으로는 달라진 공신력을 기반으로 영업을 가속화하게 됐다.

 어필텔레콤(대표 이가형)은 지난해 10월 4개월간 벌여온 모토롤러와의 외자유치 결과를 발표했다. 모토롤러에 자사 주식의 51%를 4500만달러에 넘기는 한편 모토롤러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의 이동전화단말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어필텔레콤은 모토롤러와의 제휴 배경에 대해 세계적인 이동전화단말기 전문업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협상 초기만 해도 이가형 사장은 15%의 지분을 매각한다는 생각이었다. 어필텔레콤이 자본구조가 취약한 것도 아니고 기술력에서도 자신감이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로 시장경쟁을 벌이게 될 것을 우려한 모토롤러는 51%의 지분매각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 사장은 장기적 안목에서 특히 해외시장 개척이라는 측면에서 모토롤러의 의사를 받아들였다. 어필텔레콤은 삼성전자·LG정보통신 등의 대형업체와는 달리 자체 대리점을 확보하지 못한 벤처기업이라는 점에서 모토롤러의 지원이 절실한 편이었다.

 외자유치 후 이 회사는 유통망 확보와 마케팅은 모토롤러가 전담하게 하고 기술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

 모토롤러는 한국통신프리텔·신세기통신 등 주요 업체들과 대리점 제휴관계를 맺어 유통망을 개척해주었고 마케팅에서도 선진적인 마케팅 기법을 활용, 어필의 매출액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코오롱(대표 이웅렬)은 직접 투자를 받아들이는 대신 세계 3위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미국 컴퓨터어소시에이츠(CA)와 정보기술분야의 새로운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새로운 합작법인의 초기 자본금은 총 3300만달러. 지분구성은 CA가 70%, 코오롱이 30%를 투자하는 것으로 매듭지었다. 새로 설립되는 법인은 「라이거시스템즈」라는 이름으로 내달 1일부터 아웃소싱 사업을 중심으로 정식 활동에 들어간다. 코오롱은 계열사인 코오롱정보통신의 시스템관리(SM)와 시스템통합(SI)사업부문을 분리해 SI부문을 새로운 합작법인으로 이양한다.

 코오롱은 협상 초기 다양한 형태의 제휴를 검토하고 협의했다. 제품공급권 등 흔한 전략적 제휴를 맺는 방안도 고려됐으나 결국 합작법인 설립을 통한 외자유치를 선택했다. 외자유치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 및 구조조정 효과와 함께 CA의 선진기술을 발판으로 차세대 전략사업을 추진하는 데 위험요소를 최소화하면서 진출할 수 있다는 두마리 토끼를 노린 결정이었다.

 특히 이번의 합작법인은 국내 진출을 원하던 외국의 대형업체와 선진기법을 원하는 국내 IT업계와의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점, 또 이러한 협력이 앞으로도 계속 추진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해볼 만하다.

 김상범기자 sbkim@etnews.co.kr

정혁준기자 hjjo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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