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절대다수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는 은행권이 백업센터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 전산장애에 따른 업무마비가 우려되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 은행들은 지진이나 화재 등 재해 발생시 전산시스템이 다운될 것에 대비, 백업센터를 구축해놓고 있는데 국내 은행의 경우는 이를 제대로 갖춰놓지 않아 긴급상황 발생에 거의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특히 최근 터키와 대만 등에서 대규모 지진피해가 잇따라 발생, 우리나라도 더이상 지진 등 천재지변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전산 백업센터 구축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국내 은행중에선 신한은행이 유일하게 전산 백업센터를 구축해놓고 있을 뿐, 대다수 은행들이 예산부족과 투자대비 효용가치 저하 등을 이유로 백업센터 구축에 소극적이다. 일부 은행의 경우 한국IBM과 전산시스템 복구관련 계약을 맺고 있으나 계정계 분야에 국한돼 있는데다 은행간 네트워크망 등 전산환경이 달라 별로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B은행의 한 관계자는 『백업센터를 구축하는데 건물비와 전산기기 등을 포함해 최소 500억원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면서 『그동안 국제통화기금(IMF)영향과 대우사태 여파로 백업센터 설립에 대한 신규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의 경우 강력한 지진 등 천재지변이 발생한 사례가 거의 없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백업센터의 구축이 내부적으로 시급한 현안으로 대두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J은행은 내년에 금융권의 2차 인수·합병 등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어 백업센터 구축은 현재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 은행의 한 관계자는 『내년에 금융권간의 합병이 또다시 일어날 경우 유휴 전산기기와 설치공간이 생길 가능성이 커 이를 백업센터로 활용하면 과잉투자를 방지할 수 있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은행도 올들어 백업센터 구축을 적극 검토했으나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자금난으로 이의 설립을 무기한 연기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은행권 일각에서는 이같은 대규모 자금부담을 줄이기 위해 금융결제원을 주축으로 은행간에 공동 백업센터를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금융계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들이 외국의 선진 금융기관들과는 달리 자연재해에 대한 대응책이 너무 취약하다』면서 『전산백업센터의 구축여부는 각 은행 최고경영자의 전산마인드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민기자 ym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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