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로" 있기에 "이리듐" 산다

 한동안 흔들렸던 세계 최초의 상용위성전화 이리듐이 로밍 전용서비스인 「메트로」의 폭발적 인기에 힘입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메트로는 자신의 단말기와 하나의 번호로 전세계 100여개 도시에서 로밍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상품.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지역이건 유럽표준 이동전화(GSM)지역이건 이리듐과 로밍계약을 맺은 곳이면 어디서건 하나의 번호로 통화가 가능하다. 한마디로 기존 위성전화의 약점이었던 단말기 크기와 사용료 등을 보완, 대중성을 확보한 것이다.

 메트로가 더욱 각광받는 것은 최근 해외서 잇따라 개최되고 있는 각종 전시회 및 박람회. 특히 유럽지역에서 열리는 이같은 대규모 행사에 참가하는 비즈니스맨들에겐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유럽 출장은 특성상 몇개 나라를 한꺼번에 순회하는 예가 많고 그때마다 국별로 로밍서비스를 받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난주 열렸던 텔레콤 99에서도 국내 관계자들은 스위스와 프랑스, 이탈리아 국경을 넘나들면서도 현지 로밍 이동전화는 스위스 내에서만 사용이 가능, 상호 연락이 안돼 애를 태웠다. 이 와중에 장소를 불문하고 팡팡 터지는 이리듐 메트로는 단연 화제 거리였고 이 때문에 즉석에서 이에 가입하겠다는 비즈니스맨들이 줄을 이었다.

 메트로의 인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SK텔레콤의 마케팅 정책이다. 가입비와 기본 사용료를 각각 8만원과 2만5000원으로 책정, 기존 위성용 이리듐의 절반 이하로 낮추고 해외 출장이 잦은 비즈니스맨을 집중 공략했다. 고가의 단말기도 임대해주는 제도를 곁들였다.

 이 덕분인지 메트로는 첫 선을 보인 지난 5월 273명의 가입자로 출발, 매월 2배 이상의 증가세를 보이면서 9월말에는 4294명을 확보했다. 당초 목표는 연말까지 5300명이지만 이같은 추세라면 7000명도 가능할 것이라는 성급한 기대도 나오고 있다.

 이리듐 본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했지만 대주주인 모토롤러, 일본의 DDI 등이 추가 투자의사를 밝혀 재기에 나서고 있는 이리듐이 메트로의 히트 덕분에 회생 시기도 빨라지고 있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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