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불법SW 단속만이 능사 아니다

 얼마 전 내가 다니는 대학의 학과에 말뿐인 공문서 한장이 날아들었다. 『불법 소프트웨어(SW)를 단속하니 허락받지 않았거나 무단 복제한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으면 당장 하드디스크에서 지워달라』는 학교측 문서였다. 매년 한번씩 떠들어대는 말이다. 물론 이제껏 단속 한번 없었던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하여 우리 학과에서 불법SW를 사용한다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 구입을 하게 되면 저렴한 가격으로 구할 수 있어 모두 정품을 구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학교에서 인터넷을 하면 집에서 할 때보다 상당히 빠른 것을 알 수 있다. LAN인지 전용선인지 그 설치로 인해 속시원히 사용할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하지만 밤 늦은 시간이면 차마 위험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염려스럽기만 하다. 성인 사이트는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문제점의 하나이지만, 학교에선 마치 안방 드나들 듯 마음놓고 드나들 수 있다.

 『대학생이라면 그래도 성인인데 볼 수 있는 문제 아니냐』며 반박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성인 사이트를 찾는 학생들의 진짜 목적이 다른 곳에 있다는 사실이다. 여자 연예인의 비디오가 인터넷에서 CD로 복제되며 불법거래가 이루어지는 모습을 우리는 보지 않았던가. 대다수 대학 학과 컴퓨터에는 파일 압축드라이브(Zip Drive)와 CD라이터 등이 설치돼 있다.

 인터넷을 잘 찾아보면 정품 소프트웨어를 다운받을 수 있는 곳도 있다고 한다. 의도적으로 정품을 올려놓는 사이트가 있는 셈이다.

 이를 다운받아 학교 CD라이터로 복제한 제품이 학생들 사이에서 거래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복제한 제품은 자신이 필요하든 필요하지 않든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값비싼 정품을 단돈 몇푼에 구입할 수 있는 기회인데 마다할 친구들이 어디에 있을까 싶다.

 대학을 상아탑이라고 여긴다면 불법 프로그램만 단속할 것이 아니라 불법 제작이나 유통이 근절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 가운데 하나는 기업들이 대학당국과 협의하여 최소한 학과단위만이라도 학생들이 정품 소프트웨어들을 접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박상진 kissess@ke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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