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전선업계의 생존전략

변선호 전선센터 사장

 전선산업은 국가기간산업으로 국가산업 현대화에 커다란 공헌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만성적 수요부진 속에서 IMF까지 겹치면서 적지않은 기업들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산업전망이 밝아진다는 낭보는 들려오지 않고 있다. 「전선산업은 사양산업」이라는 체념섞인 분위기만 팽배한 실정이다.

 결국 전선산업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만이 국내 전선산업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전선산업은 에너지와 정보통신을 맡은 국가기간산업인 만큼 국가가 존재하는 한 일정 수요는 꾸준히 발생한다. 또한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매우 길다. 따라서 십수년 전이나 오늘날이나 제품패턴의 변화가 적다.

 전선산업은 투자가 많이 들어가는 장치산업이다. 전선산업은 구리원자재비가 매출액 대비 60∼70%로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따라서 이의 효과적인 확보책이 원가경쟁력을 좌우한다.

 이같은 산업특성에 대한 업계의 대응은 지금까지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발전해왔고 현재는 공급능력이 수요의 2배에 이르고 있다. 이는 관납 지분율만 확보하면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데다 민수시장의 증대를 과대평가하여 많은 업체가 참여함으로써 이르게 된 결과다.

 관납 지분율의 증대경쟁은 생산설비 투자경쟁을 촉발시켜 업계의 재무구조를 악화시켰다. 또한 투자된 설비를 가동시키기 위하여 출혈납품과 덤핑수출이 불가피했다. 설상가상으로 구리재료비를 줄이기 위해 구리 로드(Rod)의 생산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잇따랐다.

 이같은 생산설비 위주의 경쟁적 투자는 품질향상, 생산합리화, 고급제품을 위한 연구개발 등과 같은 질적인 성장여력을 빼앗았고 특화제품과 특화기술 확보 역시 불가능하게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할 때 국내 전선업계의 생존책을 마련할 수 있다. 중소기업은 고객의 요구를 파악해 구리재료비가 적게 들어가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목표로 설비투자와 운영비를 줄여야 한다. 이렇게 되면 틈새분야에 맞는 특화기술 개발을 할 여력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장기 전망을 수립하고 특화기술의 개발, 수출거래처의 증대 등을 추진해야 하며 인적 자원의 한계를 외부 전문가를 통해 극복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대기업은 협소한 내수시장을 휩쓸어 중소기업을 도태시키는 데 힘쓰지 말고 이들과 함께 생산성을 올리고 고도로 훈련된 고급 기술자들을 활용해 고급제품으로 세계시장 진출을 도모해야 한다.

 업계 전체가 해외시장 공략을 목표로 조합을 결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를 통해 출혈 수주경쟁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전선의 특성을 좌우하는 고분자 등 기술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폼스킨 케이블, 무독성 난연케이블, 초고압 케이블, 원자력발전소용 케이블, 선박용 전선, 고발포 동축케이블 등 고분자 연구를 제쳐놓고 전선의 전문특화란 있을 수 없다.

 또한 중급 품질·기술의 제품이라도 사업만 잘하면 된다는 기존의 전략은 틀린 것으로 판가름났다. 오로지 최고의 품질과 최고의 기술, 최고의 서비스를 가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렇게 하면 국내 전선산업도 고부가산업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대그룹의 배경 없이도 내수시장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은 K전선·D전선 등은 오로지 전문 특화로 성공한 훌륭한 본보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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