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기본법 제정을 놓고 당정간 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 원로들의 △대통령 과학기술특보제 도입 △과학기술행정체제 개편 등의 주장과 공동여당이 추진한 과학기술기본법이 그 맥을 같이 하면서 과기부와 공동여당간에 정면대결 양상까지 치닫고 있다.
과기부 관계자들은 과학기술기본법 제정문제가 지난 9월초 공청회 이후 양측이 논의를 자제하는 등 잠복상태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지난 1일 과학기술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나타난 여당 의원들의 뼈있는 질문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날 공동여당 의원들은 『법은 국회가 만드는 것』이라며 과기부의 1년 연기주장을 한마디로 일축했다.
국민회의 정호선 의원은 서정욱 과학기술부 장관 답변도중 보충질의를 통해 『과학기술기본법은 대통령 공약사항이자 과학기술계 발전을 위해 꼭 제정돼야 할 사안』이라며 『이번 회기에 의원입법으로 상정되는 만큼 장관은 법안심의때 상임위에 나와 입장을 밝히라』고 일침을 가했다.
과학기술기본법 제정을 둘러싼 이같은 갈등은 법안의 핵심이 되고 있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사무국 기능을 대통령 직속의 별도기구로 하자는 공동여당 안과 현행처럼 과기부가 담당해야 한다는 과기부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비롯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1·2차 정부조직개편에서 거론됐던 과기부 무용론이 또다시 제기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기본법은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현재 과기부의 역할을 축소하는 대신 청와대내에 사무국을 둬 각 관련부처에 공평무사한 기구로 만들고 국가연구개발평가사업도 중립적인 기관이 맡도록 하자는 것이 실질적인 골자다.
공동여당의 기본법(안)대로라면 국과위 위원장은 대통령이 맡게되며 제1부위원장은 국무총리가, 제2부위원장은 자문회의 위원장이 맡도록 되어 있어 국가의 과학기술정책을 결정하고 이를 평가하는 중요한 자리가 사실상 민간인 신분인 자문회의 위원장에게 넘어가게 되고 과기부 장관은 간사위원이 되어 실질적으로 국과위 사무국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또 현재 민간전문가 3명을 포함, 20명인 위원수도 25명으로 늘리되 자문회의 위원장이 추천하는 민간 전문가를 전체위원의 과반수 이상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상임위원제를 도입, 자문회의 위원장이 추천한 민간위원 중에서 상임위원을 선임, 별도로 설치될 사무국의 사무를 총괄하도록 하고 있으며 과기부 장관이 위원장인 운영위원회의 간사를 겸직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조사·분석·평가 등에 있어서도 국과위 상임위원이 평가주관이 돼 국과위에 보고하도록 하고 평가전문기관도 과기부 산하에서 국과위 사무국 아래 국가과학기술기획평가원을 두고 이를 전담토록 하고 있다.
한마디로 행정부가 민간조직의 견제를 받는 셈이 된다. 과기부가 과학기술기본법에 대해 발끈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재는 과기부가 사무국 기능을 겸임하고 있고 과기부 장관이 간사위원을 하고 있어 사실상 과기부가 국과위를 장악하고 있다.
과기부는 과학기술기본법 제정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나 공동여당의 기본법(안)의 국과위 운영체계 개편안은 1·2차 정부조직개편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과학기술 관련정책 수립·집행의 이원화, 옥상옥 기구설치 등 부작용이 많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행정은 행정부의 몫이지 민간전문가들의 몫은 절대 아니라는 주장이다.
과기부는 21세기 과학기술부문의 헌법과 같은 성격으로 장기적인 과학기술 정책방향 및 철학이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학기술기본법 제정 당정기획단 공동위원장인 김훈철 박사(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은 『현행과 같은 구도로는 국과위가 실질적으로 국가과학기술정책을 사전 심의조정하는 데 한계가 있고 타 부처가 국과위의 결정에 반발할 수밖에 없는 구도』라고 입법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국가연구개발예산의 3분의 1 가까이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는 과기부가 산하기관인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을 통해 자신들의 연구개발사업에 대해 조사·분석·평가를 받는 것 자체부터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과학기술기본법이 과학기술계에 새로운 개혁의 바람을 가져다 줄지 과학기술계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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