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정보화는 60년대 타자기 보급때부터 시작된 두벌식, 세벌식 하는 벌식표준화, 컴퓨터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80년대 이후 조합형과 완성형을 놓고 벌인 코드표준화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8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국어정보화는 국어기계화 또는 한글기계화로 불렸다. 표기수단이 펜에서 타자기나 워드프로세서와 같은 기계로 대체된다는 뜻을 담고 있는 말이었다.
정보화로 바뀐 것은 기계화가 단지 한글을 예쁘게 찍어낸다는 차원을 넘어 말 그 자체가 「정보」 가공의 원천으로 재인식되면서부터다. 그 열기가 한글코드 논쟁과 같은 형태로 나타난 것도 이때부터. 경제·사회·문화·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정보화는 국가의 대사요,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이때까지의 정보화는 기존의 문건이나 그림을 그저 컴퓨터에 입력해 넣는 전산화 의미에 가까웠다.
그 주체도 콘텐츠 소유자들이라기보다는 컴퓨터엔지니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나타난 문제점들도 적지 않았다. 가령 미술품을 정보화(전산화)한다고 치자. 이 과정에서 미술을 잘 모르는 엔지니어들은 정보기술의 효율적 적용에 초점을 맞출 것이고 정보기술을 잘모르는 미술학자들은 원작의 훼손여부에 우선적인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국어정보화도 마찬가지다. 코드표준화의 경우 이제까지 국어학자들의 참여없이 대부분 컴퓨터엔지니어들에 의해 주도돼 왔다. 이 과정에서 국어의 본질이 상당부분 훼손됐을 가능성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두고 엔지니어들만을 탓할 수는 없다. 국어의 품사나 어절 분석방법 등을 놓고 학자들간 이론이 분분하고 표기법이 다른 국어사전이 한 두 종류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어를 넘어 북한이나 해외동포들이 사용하는 한글 차원에서 보면 문제는 더욱 커진다. 우리와 같은 한글(조선글)을 사용하는 북한의 경우 자모배열순부터 다르고 코드체계도 다르다. 해외동포들 역시 제각각이다. 국어정보화는 디지털시대의 민족통일 문제와도 직결돼 있는 것이다.
디지털시대를 목전에 두고 금세기 마지막 맞이한 한글날을 계기로 컴퓨터엔지니어와 국어학자 그리고 정책 당국자들이 끊임없이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입력 중심의 전산화가 아닌, 정보활용 중심의 국어정보화가 하루빨리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서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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