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업계 "벼랑 탈출" 부품꿈

 97년 이후 그칠 줄 모르고 떨어지던 부품단가가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 부품업체들의 숨통이 조금이나마 트일 전망이다.

 부품가격이 품목과 거래업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평균 10% 정도 인상되고 있는 것. 물론 1, 2년 사이의 하락폭을 만회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지금까지 매년 30%씩을 기록하던 인하율에 비하면 아직 멀었다는 것이 부품업체들의 설명. 그러나 벼랑끝에 몰린 부품업체들에 「사막의 오아시스」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부품단가가 오르는 것은 우선 강력한 인상요인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들어 원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다른 수입소재 역시 가격이 올랐다』며 『이를 보전하기 위해서 부품단가 인상은 필요불가결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몇번에 걸쳐 인상요인이 발생했지만 소화할 수 없는 수준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원유가의 경우 올해 초 배럴당 10달러선이던 것이 9월 현재 25달러를 상회할 정도로 급등했다. 대부분 석유화학 제품인 부품 소재·재료 역시 같은 수준으로 값이 올랐다는 것이 업체들의 설명이다.

 부품의 품귀현상이 뚜렷해진 것도 단가인상의 한 요인이다. 경제논리인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른 결과다. IMF 충격이 조금씩 희미해지기 시작하면서 세트업체들은 생산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특히 전세계를 상대로 한 디지털 제품의 출하는 정신없을 정도다. 올해 초 부품부족을 「감」으로 예상했던 부품업체들이 미리 준비한 상황에서 생산설비를 풀가동해도 메우지 못할 갭이 수요와 공급 사이에 형성됐다.

 부품단가가 가장 먼저 인상되는 분야는 전해콘덴서. 삼영전자·삼화콘덴서·삼성전기·대우전자부품 등 전해콘덴서업체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알루미늄 전해콘덴서는 물론이고 탄탈룸 전해콘덴서까지 가격이 인상되고 있다. 인상폭도 가장 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상률은 거래업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략 10% 정도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정도 수준이면 올해 전반기의 실적부진을 약간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이 그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밖에 각종 칩부품 역시 같은 수준이다. 이동통신 제품을 포함한 정보통신기기들의 생산이 급증, 칩부품들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어 가격인상 기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가격인상의 혜택(?)이 모든 부품업체들에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특히 필름콘덴서 등 아직까지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분야가 그렇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필름콘덴서의 경우 아직까지 단가인상의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며 『공급이 많고 저부가가치 제품이라는 특성 때문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

 저항기는 약간 다른 상황에 처해 있다. 다른 부품과 같이 수요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세트업체들에 가격인상을 요구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업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저항기를 생산하는 C업체의 한 관계자는 『저항기 역시 단가를 인상하지 않으면 안될 처지에 놓였다』며 『그러나 여러가지 고려해야 할 문제가 많아 아직까지 세트업체들의 눈치를 살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각 품목별로 명암이 엇갈리고 있지만 최근 불고 있는 부품단가 인상 바람은 부품업체는 물론 세트업체들에까지 순풍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단기적으로는 부품업체들의 경영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이를 기반으로 부품업체들이 품질향상에 주력, 더욱 질좋은 부품을 세트업체들에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부품업계는 이러한 현상이 지속돼 세트업체들과 공존공생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를 고대하고 있다.

<이일주기자 forextr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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