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동안 정보화촉진기금을 지원받은 총 85개 업체들이 기금의 목적외 사용 등 무단전용을 비롯하여 중복지원, 사업의 임의중단 등 기금을 제멋대로 운용하다가 적발돼 이들 기업으로부터 총 210억원을 회수했다고 하는 정보통신부의 국감자료는 근본적으로 정보화기금의 운용계획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닌지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정보통신산업 육성 및 연구개발 활성화를 위해 각종 사업에 연간 1조4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제도의 개선은 불가피하다고 보인다.
물론 기금을 지원받은 업체들 중에는 도중에 연구개발 사업을 중단했으면서도 이를 보고하지 않고 계속 기금을 지원받은 경우나 지원받은 기금을 당국 모르게 슬그머니 목적외 용도로 전용하는 등의 악질적인 업체들도 없지 않아 사후관리가 어려운 것도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기금을 지원받고도 연구개발 진도보고서를 불성실하게 제출하거나 연구개발 완료보고서를 제출치 않은 업체 등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곧 알 수 있는 사항들이다. 더욱이 간단한 서류 확인만으로도 판별이 가능한 데도 이를 소홀히 해 중복지원해 준 경우도 상당수 있었다는 것은 결국 업체의 잘못만으로 책임을 전가할 사항이 아님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그중에는 부도업체들도 상당수 있었는데 이들 부도업체들도 따지고 보면 정부가 부도가 날 업체를 유망한 업체라 해서 기금을 지원해준 것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하지는 못할 것이다.
정부는 이들로부터 기금 회수와 함께 연구개발사업 참여를 3년간 제한하는 등의 벌칙을 부과하기로 했지만 사후약방문격이 되어선 안된다.
그 동안에도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을 둘러싸고 선정원칙의 불투명, 무분별한 자금 지원, 사후관리 및 감독의 소홀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 바 있고 보면 차제에 근본적이면서도 효율적인 기금운용 개선방안의 마련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진다.
사실 정보화촉진기금의 융자사업은 지난해부터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부가 사후관리가 편하다는 등의 이유로 정부기관 등에 출연하는 데에만 신경을 쓸 뿐 일반기업이나 벤처기업에 대한 융자·지원은 인색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올해에도 정부는 총 1조4300여억원을 융자 또는 출연한다는 계획이지만 8월 말 현재 실적을 보면 출연사업을 제외한 융자사업은 계획 대비 23%에 불과했다.
지원 사업별로는 정보통신 기술개발사업 지원이나 정보통신 설비구입 및 시설개체 지원 등이 어느 정도 실적을 나타내고 있을 뿐 멀티미디어산업 지원이나 선도기술개발 보급지원은 크게 부진하며 특히 소프트웨어산업 지원이나 초고속 공중망 구축지원 등은 이름만 있을 뿐 올들어 단 한건도 지원실적이 없다.
특히 벤처기업들에는 정보화촉진기금이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저금리 시대에 맞지 않은 고금리 유지와 무리한 담보요구 등이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보화촉진기금의 신용대출 비율은 지난 96년 32.2%를 나타낸 후 해마다 줄어들어 올해에는 10%선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아이디어와 기술력 하나만을 믿고 꿈을 펼쳐가는 정보통신 벤처기업들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이 항상 강조하는 사항인 데도 한편에서는 기금의 당초 취지나 벤처기업의 실상을 외면한 채 금융기관의 행태를 답습한다는 것은 큰 문제임에 틀림없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정부는 이번 적발을 계기로 현행의 융자사업을 투자사업으로 전환하는 등 정보화촉진기금의 운용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사후관리는 물론이고 운용과 관련된 제도개선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정보화촉진기금의 존폐여부에 대한 문제제기도 뒤따를 수 있을 것이라는 관련업계의 지적을 결코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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