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인터넷 태풍" 美 강타

 유럽에서 불어닥친 공짜 인터넷 열풍이 미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영국에서는 인터넷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하는 인터넷서비스업체(I SP) 「프리서브(Freeserve)」가 설립됐다. 프리서브는 가입자들이 광고를 의무적으로 제공받는 대신 ISP에 가입하지 않고도 인터넷을 무료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무료 인터넷 서비스 외에 전자우편·검색서비스·뉴스·날씨 등의 정보도 추가로 제공했다. 프리서브의 모회사인 딕슨 그룹은 영국 최대 전자유통업체로 무료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자사의 쇼핑몰 수익 확대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영국의 인터넷업계는 프리서브의 공짜 인터넷 사업이 당연히 실패할 것으로 생각했다. 프리서브가 아무리 광고를 통해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막대한 운영비와 사업비 조달은 힘에 겨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예상과는 달리 프리서브는 영국 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게 됐고 이 회사는 채 1년도 안돼 영국의 인터넷 지도를 바꾸고 있다.

 프리서브 사이트는 현재 야후, BBC에 이어 영국 내에서 3번째로 인터넷 이용자들이 즐겨 찾는 사이트로 급성장했다. 프리서브는 가입자수에서 유럽에 진출한 아메리카온라인(AOL)의 유럽사업부 「AOL 유럽」을 따라잡아 현재 가입자만 215만명에 이르고 있다.

 프리서브의 인기는 주가에 즉시 반영됐다. 지난 7월 프리서브의 주식이 뉴욕과 런던 증시에 동시 상장했을 때 시가총액은 20억 파운드(약 32억 달러)에 달했다. 런던 시장에서는 상장 당시 55 펜스에서 205 펜스로 150포인트 급등했고 나스닥에서도 최초 9 달러에서 30 달러대로 폭등했다.

 프리서브는 공짜 인터넷 서비스로 전자상거래(EC)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프리서브는 가입자가 증가함에 따라 자사 사이트에서 1억3500만 파운드에 달하는 제품을 판매했다고 최근 밝혔다.

 프리서브의 사업 성공으로 올들어 영국을 비롯한 독일, 프랑스 등 전 유럽 지역에서 공짜 인터넷 서비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게 되자 주요 업체들도 잇따라 공짜 인터넷 서비스 제공에 나서고 있다.

 AOL 유럽은 지난 7월 영국에서 공짜 인터넷 서비스 제공에 나서는 한편, 앞으로 유럽전지역에서 공짜 인터넷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국 BBC도 공짜 인터넷 서비스 사업에 이번달 초 뛰어든다고 발표했다. BBC는 자사의 「BBC 월드와이드」를 통해 전자우편 서비스와 무료 홈페이지를 포함한 공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유럽지역의 공짜 인터넷 열기는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확산중이다.

 지난달 중순 알타비스타는 인터넷 벤처기업 퍼스트업(1stUp).컴과 제휴, 공짜 인터넷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서비스는 무제한으로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고 무료 전자우편을 사용할 수 있는 반면 알타비스타의 홈페이지를 시작페이지화해야 되며 인터넷 접속시 계속 광고물을 제공받아야 한다. 알타비스타는 공짜 서비스로 가입자가 늘어날 경우 이에 따른 포털 및 EC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고객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마케팅에도 나설 예정이다.

 넷제로는 최근 자사의 무료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가 1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히고 내년 중순까지는 700만 가입자를 유치해 손익분기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세계 최대 ISP인 AOL의 가입자가 2000만명인 수준을 감안하면 이는 상당히 높은 수치다.

 MS도 자사의 MSN 가입자를 대상으로 공짜 인터넷 서비스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S의 공짜 서비스 추진은 AOL에 빼앗긴 인터넷 주도권을 무료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탈환하기 위해서라고 풀이된다.

 또한 최근에는 공짜 인터넷 서비스 제공시 반드시 의무적으로 제공되는 광고까지 배제한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쇼핑몰업체 월드스파이는 이 달 초 광고 없는 무료 인터넷접속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발표, 공짜 인터넷 서비스에 또 다른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월드스파이는 무료 인터넷접속 서비스에 대한 테스트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히고 이번 달 중으로 이를 완료, 다음달 1일부터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월드스파이는 무료 인터넷접속 서비스로 가입자를 늘려, 자사의 쇼핑몰 수익을 확대할 계획이다. 월드스파이는 이 서비스로 1년안에 1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내부적으로 수립했다. 공짜 인터넷 업체가 파죽지세로 성장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성장을 불안해하는 시각도 만만찮다.

 아직 인터넷 광고가 활기를 띠지 않은 상태에서 대다수 공짜 인터넷 업체들은 적자투성이다. 대표적인 업체 프리서브도 현재 적자다. 올해 4월까지 프리서브의 적자액은 100 파운드에 달했다. 프리서브는 적자상태를 벗어나는 손익분기점 시기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히기를 꺼리고 있다.

 또 대부분의 공짜 인터넷 업체들이 서비스 제공을 위해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인터넷광고주에게 판매하고 있어 개인정보에 관한 문제도 발생할 여지가 충분하다.

 유료 서비스업체에 비해 빈약한 콘텐츠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고 유료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가격을 인하하는 것도 공짜 인터넷 업체의 성장에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터넷을 활용하는 인구보다 활용하지 않은 인구가 많은 실정에서 이들의 공짜 인터넷 서비스는 인터넷 활용폭을 넓혀 인터넷 시장을 확대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인터넷 인구 증가에 따른 EC 및 인터넷광고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할 경우 이들의 사업은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 및 미국에 몰아친 공짜 인터넷 서비스 열풍이 태평양을 건너 아시아 쪽으로 이전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정혁준기자 hjjo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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