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창간17주년> 가전기기.. PC같은 가전제품

 21세기 인간생활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디지털기술이 일반 가전제품에도 속속 접목되고 있다.

 이것은 고속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통신망이 일반가정으로까지 보급이 확산되면서 네트워크단말기인 PC와 같이 TV·세탁기·냉장고 등 일반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들도 통신망에 접속돼 하나의 통신단말기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전제품의 디지털화는 일단 디지털시대로의 진입에 따른 필수적인 부산물이기도 하지만 일단 아날로그 제품에 비해 사용 편리성은 물론 기능과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빛과 같은 속도로 이동하면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광속성, 반복해서 사용해도 정보가 줄어들거나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무한 반복재현성, 정보가공이 쉽고 다양한 형태로 변형할 수 있다는 조작·변형의 용이성과 양방향 통신이 가능하다는 디지털의 특성이 일반 가전제품에도 그대로 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PC는 물론 TV와 냉장고·세탁기·전자레인지 등 가전기기의 디지털화와 이를 연결해주는 홈네트워크의 등장은 가정에서 사용되는 모든 전자제품을 하나로 묶어 인간 생활을 더욱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정보가전기기 등장은 지난 94년 세계 최초로 미국에서 상품화한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기를 시작으로 디지털카메라, 디지털캠코더,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 플레이어, 디지털 VCR가 등장한 데 이어 올해는 21세기 전자산업계 최대의 황금알로 부상하고 있는 디지털TV 상품화로 본격적인 디지털시대를 맞고 있다.

 디지털시대에 새로운 가정문화를 창출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는 디지털TV는 이미 디지털문화를 안방에서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꿈의 매체로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TV는 기존 TV에 비해 3배 이상 선명한 고화질로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홈쇼핑, 홈뱅킹 등 기존 PC에서 처리하던 각종 작업도 리모컨 조작으로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

 디지털TV의 보급은 먼저 사용법을 배우지 않고도 일반TV를 조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린이나 초보자도 손쉽게 작동해 디지털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PC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컴퓨터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이른바 컴맹들도 디지털TV로 자유롭게 원하는 정보를 얻고 활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디지털시대에서 TV는 바보상자가 아니라 우리의 생활을 더욱 편리하고 윤택하게 하는 최첨단 정보상자로 면목을 일신하는 셈이다.

 또 디지털방송을 이용해 수십개의 TV 방송 채널을 선택할 수 있으며 책장을 가득 채웠던 백과사전 50여권이 단 한장의 CD롬에 수록돼 CD플레이어로 필요한 부분을 문자는 물론 영상으로 손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영화도 DVD에 담겨져 안방에서 영화관 수준의 선명한 화질과 우수한 음질로 감상할 수 있다.

 최근에는 컴퓨터로 음악을 재생하고 들을 수 있는 MP3라는 제품까지 등장해 새로운 음악을 언제 어디서든지 들을 수 있게 됐다. 디지털문화를 체험케 해주는 정보가전기기의 등장은 인간생활에 미치는 영향만큼 가전산업에도 일대혁명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엄청난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보가전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세계 가전업체들의 치열한 한판 승부 또한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보가전제품은 기존 아날로그 제품과는 달리 일단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기술이 접목되는 만큼 기술적으로나 성능면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으며 이것은 가전업체들에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부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디지털시대는 디지털 관련 기술 보유여부에 따라 기존 업체들의 기득권이 몰락하고 후발업체들이 새롭게 주목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누가 새로운 강자가 될지 아무도 모르는 혼돈의 시기인 셈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가전업체들은 신기술, 신제품 개발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업체들의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TV의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미 제품개발을 끝내고 디지털방송이 실시되고 있는 미국과 유럽에 수출을 시작했으며 일본의 빅터(JVC)·마쓰시타·미쓰비시·샤프, 프랑스의 톰슨, 네덜란드의 필립스 등 모두 10여개 업체가 경쟁적으로 제품출시에 나서고 있다.

 97년초부터 본격적인 상품화가 시작된 DVD플레이어도 수백여종의 전용타이틀이 선보인 미국과 일본·중국·동남아 등지를 중심으로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미국에서는 소프트웨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디지털 비디오 익스프레스(DIVX)」 DVD플레이어가 등장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휴대형 DVD플레이어, 차량용 DVD시스템 등 응용상품 시장도 본격적으로 시장을 창출해가고 있다.

 디지털카메라도 그동안 일본업체들이 주도해왔으나 최근 한국과 대만업체들이 가세하면서 치열한 시장쟁탈전을 예고하고 있다. 무려 20여 업체가 참여한 일본이 이 분야 세계시장을 주도했으나 지난해부터 인텔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삼성항공을 비롯해 LG전자, (주)한국통신 등 한국 업체들이 해외시장 개척에 출사표를 던진데다 대만의 컴퓨터 주변기기 전문업체들이 디지털카메라를 차세대 전략상품으로 선정하고 이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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