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윤리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21세기 경쟁력의 원천은 기업윤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연세대의 경우 국내 대학 가운데 최초로 기업윤리를 정규과목으로 개설했다. 기업 임직원과 학자 등 전문가가 모여 기업윤리연구회를 결성하는가 하면 주요 그룹들도 윤리선언을 통해 깨끗한 경영을 표방하고 있다.
기업윤리가 화두로 등장한 데는 OECD 부패방지협약이 큰 역할을 했다. 협약이 체결되고 국제상거래부패방지법이 시행되면서 해외건설·조선·플랜트·전자 등을 포함한 모든 수출업체 및 원자재 수입업체는 기업윤리시스템을 구축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하지만 기업윤리가 단순히 부패 문제에만 국한돼서는 안된다는 게 본인의 생각이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기업 안팎을 둘러싼 시스템을 윤리적으로 구성하고 운영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보자. 어느 잘 나가는 기업이 있다. 제품의 경쟁력이 탁월해 이윤도 많이 낸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능력과 경험이 전혀 없는 대주주의 아들이 사장으로 취임한다. 몇 십년 동안 열심히 일해온 능력있는 많은 임직원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새 사장의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고 해서 이 회사가 잘될 리가 없다.
이런 예도 들 수 있겠다. 회사경영이 잘되는데 협력업체에는 6개월도 넘는 장기어음을 끊어주고 그나마 납품가격도 틈나는 대로 깎고 있다고 하자. 「고통은 협력업체에, 이익은 우리 회사가」라는 철학으로 경영을 하는 기업을 종종 볼 수 있다. 외환위기나 오일쇼크 같은 큰 어려움이 닥치면 이런 고통 전가는 더욱 심해진다. 협력업체가 만드는 물건이 제 품질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또 완제품을 생산하는 모기업의 경쟁력은 어찌 될 것인가.
기업윤리는 이같이 다양한 측면을 갖고 있다.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도 있다. 회사 임직원이나 주주·채권자·거래처·협력업체에 이르기까지 이들을 어떤 자세로 대해야 하는지가 기업윤리의 알파요 오메가라고 생각한다.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보자. 우선 임직원과 관련한 문제다. 직원이 어떤 회사에 입사하는 것은 당장 입에 풀칠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청운의 꿈을 품고 입사한다. 돈도 벌고 승진도 하고 행복도 찾는 자아실현의 장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사장의 친인척이 시도 때도 없이 입사해 고위직을 차지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우수한 친인척은 써도 되지 않느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능력이 뛰어나면 따로 회사를 창업하든지 다른 기업에서 그 출중한 능력을 발휘하면 된다. 굳이 아버지 회사에 들어가야 한다는 법이 있는가.
주주에게는 이익을 돌려줘야 한다. 단기적인 이익도 중요하지만 중장기적인 발전 가능성을 제시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해 나가는 모습이 더욱 필요하다. 이런 모습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결과적으로 배당도 많이 하는 밑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고 이와 관련된 각종 법률도 올 정기국회 중 개정될 예정이라고 한다. 기업지배구조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결국은 의사결정 과정의 비민주성·비윤리성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닌가 한다.
윤리적인 기업은 궁극적으로는 강한 경쟁력을 갖게 된다. 기업윤리는 따지고 보면 복잡한 게 아니다. 초등학교 때 배운 바른생활을 기업에 적용하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제대로 실천하는가 하는 점이다. 예컨대 아들이나 사위가 실직해 취직시켜 달라고 하는데 거절한다면 인간적으로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는가. 하지만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지 않으면 기업윤리는 정립될 수 없고 경쟁력은 생겨날 수 없다고 확신한다.
<정문술 미래산업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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