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251)

 우리는 골목에 있는 허름한 식당으로 들어가 설렁탕을 먹었다. 그는 회사를 그만두게 된 내력을 말하지 않았다. 그의 말처럼 실제 나하고 같이 일하고 싶어서 큰 회사를 떠날 생각을 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이유를 묻지 않았다.

 『일본으로 가져가서 팔 생각을 하였다니 대단히 놀라운 일이야.』

 『지금의 현실에서 컴퓨터 시장은 우리보다 일본이 앞서 있으니 그렇게 공략하는 게 옳았어. 사실 나는 몇 개월 동안 한국 공장을 다니면서 설득을 해 보았지만 잘 먹혀들지 않았어. 그러나 앞으로는 우리나라 공장들도 자동제어장치 시스템이 필수적인 것이 될 거야. 나는 확신을 하는데, 비전 있는 미래의 산업이야.』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언제부터 시작했니?』

 『육개월 정도 되었어. 직원은 두 명이고, 사무실은 다른 사람이 쓰는 것을 같이 쓰고 있어. 그러나 일본기업과 계약을 해서 돈이 나오면 사무실을 독립시키고, 직원도 더 둘 거야.』

 『아직 계약을 안했니?』

 『지금 준비하고 있어. 섬유기계 자동제어 시스템인데, FA­33이라고 이름 붙였지.』

 『그래, 너는 저번에도 공장 자동제어장치 시스템이 전망 있는 산업이라고 말한 일이 있지. 앞으로 그런 분야를 계속할 것이니?』

 『물론이지.』

 『내가 너를 믿고 사표를 써도 되겠니?』

 『물론이지. 형과 같이 일한다면 나로서도 좋지 뭐.』

 그는 잠깐 침묵하고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FA­33은 특허를 내놓았니?』

 『특허 출원중에 있어.』

 『일본에서도 특허를 출원해. 모방에 귀신인 일본에 그냥 넘겨주었다가는 당할 수가 있어.』

 『물론, 그렇게 하려고 해. 형이 들어와서 그런 작업을 해줘.』

 『좋아. 같이 일해 보자.』

 배용정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우리는 웃으면서 손을 잡고 악수를 하였다. 웃는 그의 표정은 무엇인가 알 수 없는 그늘이 있었고, 그는 애써 나의 시선을 피하는 느낌을 주었다. 내 시선을 애써 피하는 그 이유를 훗날에야 알고 나는 만감이 서리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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