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필은 「1인 1홈페이지 시대」를 연다는 야무진 꿈을 가지고 출발한 인터넷 벤처다. 이 회사의 아이디어는 아주 심플하다. 네티즌이라면 누구나 홈페이지를 갖고 싶어한다는 것. 정보의 바다를 헤매다 보면 나만이 쉴 수 있는 집, 그리고 사이버이웃들을 초대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파워 유저라면 홈페이지 쯤이야 쉽게 만들지만 초보 네티즌들은 사정이 다르다. 웹에디터를 사서 설치하고 홈페이지를 제작한 다음 인터넷 계정을 신청해 서버에 파일을 전송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 홈페이지를 내주는 사이버 커뮤니티도 많지만 마음에 쏙 드는 집을 갖기란 어렵다. 정해진 모델 하우스 중에서 골라야 하고 대부분 한번 입주하면 인테리어를 바꿀 수 없다.
테크노필은 이처럼 나만의 홈페이지를 갖고 싶어하는 네티즌들의 마음을 읽었다. 지난 7월 30일 하이홈(www.hihome.com)이라는 이름의 무료 홈페이지 사이트를 개설한 것. 이곳에 가면 누구나 마법사의 안내를 받아 마우스 클릭 몇번으로 5분 안에 자신의 사이버 하우스를 꾸미고 인터넷에 등록까지 마칠 수 있다. 홈페이지를 구축한 후엔 에디터와 풍부한 이미지 데이터로 자유롭게 집안을 장식할 수 있고 무료 E메일도 갖게 된다. 이같은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테크노필이 개발한 홈페이지 자동 구축 도구 「HACT」(Home Automatic Construction Tool) 덕분이다.
『하이홈 서비스 회원이 불과 한달여 만에 20만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직원들이 모두 깜짝 놀랐죠. 홈페이지에 대한 네티즌들의 욕구를 재삼 확인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전자상거래 기능을 추가한 하이홈 2.0버전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소호나 중소기업들이 전자상점을 열어 소비자와 만나는 것은 물론 생산자, 도매상과 흥정까지 벌일 수 있는 종합적인 비즈니스 솔루션이 될 겁니다.』
최재학 테크노필 사장(33)은 「1인 1홈페이지」에 이어 「1점포 1쇼핑몰」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 생각이라며 자신감을 피력한다.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석사 출신의 최 사장은 불과 3년전만 해도 촉망받는 광고 카피라이터였다. 96년 말 그가 잘 다니던 회사에 느닷없이 사표를 던진 것은 누구나 그렇듯 이제 자기 일을 하고 싶어서였다.
『신문이나 방송, 광고는 이제 낡은 미디어라고 생각했어요. 뉴미디어가 아니면 안된다는 거죠. 그때부터 1년동안 하숙방에서 컴퓨터와 인터넷 서적만 뒤적였습니다. 그러다 군복무 시절 고참이던 석윤찬 씨(28·현 테크노필 기술개발팀장)를 떠올리게 된 거죠.』
석 팀장은 당시 서울대 전기공학부 4학년으로 졸업 후엔 유학을 갈 예정이었다. 그런 석 팀장을 붙잡기 위해 그는 삼고초려 못지 않은 정성을 들였다. 부지런히 통닭을 사들고 학교 실험실로 찾아갔고 전직 카피라이터 솜씨를 살려 동아리 회원 모집 포스터 제작까지 도와준 끝에 마침내 설득에 성공했다.
두 사람은 관악구 봉천동에 하숙방을 구해 함께 숙식을 하면서 법인 설립을 준비했다. 자금 마련을 위해 최 사장은 부모로부터 결혼자금을 미리 받아냈고 친구와 친척들까지 동원해 97년 10월 테크노필을 출범시켰다. 다음엔 해외투자 유치를 목표로 미국 실리콘밸리에 15차례나 출장을 다녀왔다. 결국 98년 6월 미 테크미디어사로부터 30만달러의 펀드 레이징에 성공했고 올 3월엔 서울엔젤마트 벤처기업에 선정, 9억원의 지원금을 받아냈다.
이 회사는 남이 하니까 나도 따라하는 미투(Me Too)업체들과는 출발부터 다르다. 비즈니스 플랜을 만들고 하이홈 서비스를 선보이기까지 거의 2년을 보냈다. 4명으로 출발한 테크노필은 이제 직원 45명의 중견 벤처기업이 됐다. 다음달엔 미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하이홈 영문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중국, 일본과의 파트너제휴도 물색중이다.
아이디어와 기술력 중 하나를 갖춘 업체는 많지만 테크노필은 이 두가지를 겸비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볼 만한 인터넷벤처다. 온라인 소프트웨어의 세계적인 업체가 되는 것이 이 회사의 꿈이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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