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체들, "코스닥" 넘어 "나스닥"으로…

 코스닥(KOSDAQ)에 이어 국내 정보통신 업계에 나스닥(NASDAQ)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주 삼보컴퓨터와 코리아데이타시스템이 합작으로 설립한 미국내 PC판매법인인 e머신즈가 미국 나스닥 상장을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서류를 접수시킴으로써 국내 기업 최초의 나스닥 상장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SEC에 서류를 접수시킨 뒤 2개월 정도면 상장이 이뤄지는 것이 통상적인 예로 알려져 이르면 11월경이면 나스닥 상장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머신즈에서는 이번 나스닥 상장으로 2억달러의 자금을 모집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자금을 기반으로 e머신즈의 인터넷 쇼핑몰인 「emachines.net」의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삼보컴퓨터는 이와 함께 상장 이전 AOL이나 테크놀로지 크로스오버 벤처스사 등의 유력 투자자들로부터 1억1950만달러를 사모(Private placement)방식으로 투자를 받았다고 밝혀 나스닥 상장을 위한 사전작업을 끝낸 상태다.

 e머신즈 외에도 나스닥 상장을 노리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미 케이블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두루넷도 올해 안에 나스닥 상장을 추진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두루넷은 지난 8월 20일에 임시주총을 통해 SEC 등록을 위한 기준을 맞추기 위해 정관을 변경하고 외국인 2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등 나스닥 상장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루넷의 한 관계자는 『오는 10월경이면 SEC 등록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순수 국내기업으로는 1호 나스닥 등록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한 데이콤과 하나로통신이 내년초 나스닥 상장을 위해 세부작업에 나섰으며, 통신시스템 업체인 에이스테크놀로지도 내년 하반기에 상장을 목표로 구체적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밖에 한글과컴퓨터, 나눔기술 등도 나스닥 상장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최소한 1, 2개 국내 기업의 나스닥 상장이 이뤄지고 내년경에도 몇개 기업이 나스닥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나스닥을 향한 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짐에 따라 최근에는 나스닥 상장을 전제조건으로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전문 투자회사도 생겨나고 있다.

 나스닥 상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자일랜(Xylan)의 김정실 씨가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와이즈­내일의 경우 국내 유망 벤처기업을 선정해 자금을 지원하고, 나스닥 상장에 필요한 각종 자문까지 해주고 있다.

 와이즈­내일은 최근 무공해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하는데 성공한 우리켐테크를 벤처 1호로 선정해 내년 중 나스닥에 상장시킨다는 전략을 세워 놓고 있으며, 삼성동에 벤처 연구센터를 설립해 정보통신업계를 중심으로 집중 벤처기업을 발굴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나스닥 상장 붐이 실제 상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적지않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나스닥 상장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것이다. SEC에서 나스닥 상장을 승인하려면 회사의 투명성을 입증해야만 한다.

 미국 시장 기준에 맞도록 회계처리나 법적인 요건을 변경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미국 시장에서 검증된 주간사와 회계법인,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전문팀을 통해 상당 기간 준비작업을 마쳐야 한다.

 또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지만 나스닥 상장을 통해 성공을 거두기 위해 지루한 로드쇼도 개최해야 한다. 대통령 선거처럼 전문팀과 함께 미국 전지역을 돌면서 투자자료를 내놓고 나스닥 상장시 투자를 독려하는 캠페인이 보통 1년여 가량은 걸린다는 것이다.

 상품성도 중요하다. 나스닥이 미국 증권시장인 만큼 미국에서의 상품 성공가능성이 중요하다. 상장이 거의 결정된 e머신즈의 경우도 SEC 등록 후 외지의 평가를 보면 브랜드인지도 등에서는 좋은 점수를 얻고 있으나,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상품성 면에서 비판적인 의견이 제기되기도 하는 등 냉정한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의 외형적인 규모보다는 미래의 성장가능성과 기술력을 중시하는 미국 시장 풍토에서 국내 기업들 가운데 이를 만족시키는 기업이 얼마나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와이즈­내일 인베스트먼트의 송호상 사장은 이 때문에 『이스라엘식의 나스닥 상장 전략을 채택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송 사장에 따르면 현재 나스닥에서 미국기업을 제외한 나라의 기업중 가장 많은 상장기업을 보유한 국가가 이스라엘이라는 것. 이스라엘은 약 80여개의 기업이 나스닥에 등록돼 있으며 이들 기업은 20여개의 민간 벤처보육회사들에 의해 1∼2년간의 치밀한 준비과정과 로드쇼를 거쳐 등록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국내 정보통신 기업들이 나스닥을 목표한다면 기업의 외형만을 늘리는데 급급하기보다는 내실을 다져야 하며, 세계시장을 겨냥해 미래가치와 상품성이 있는 제품개발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정회기자 jhk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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