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방송법의 제정을 앞두고 내년 1월까지 한시적으로 위원장 직책을 맡게 됐지만 이 기간 동안 각 이해당사자간에 상충되는 의견을 조율하고 중재하는 조정자 역할을 할 생각입니다. 방송이 새로운 체제로 이행되는 과도기일수록 방송규제기구가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여야만 방송이 본연의 직분에 보다 충실할 수 있게 된다고 봅니다.』
지난 6일 방송위원들의 호선에 의해 신임 위원장에 선임된 김정기 방송위원장은 9일 목동 방송회관에서 가진 취임 기자회견을 통해 과도기 상황에서의 방송위원회와 위원장의 역할을 이렇게 규정하고, 향후 방송위원회가 방송정책의 총괄기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특히 새로운 방송체제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틈타 요즘 들어 방송사들의 선정주의·간접광고·표절 등 행위가 부쩍 심해지고 있다』고 말하고 『물론 방송사에 대한 과도한 심의규제가 바람직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방송이 국민의 정서와 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방송사들이 보다 본분에 충실할 수 있도록 방송규제기구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 방송심의제도가 방송제작자들이나 실무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거나 재심을 요구하는 부분에서는 미흡한 점이 많지만 앞으로 새로운 방송체제하에서는 재심의나 방송제작자의 의견 청취가 보다 철저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방송심의 및 규제시스템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는 공감을 표시했다.
그는 또한 그동안 언론이나 세미나 등을 통해 자신이 마치 방송위원회의 위상 강화에 반대하는 것처럼 비춰졌으나 자신은 결코 방송위원회의 독립성과 위상 강화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방송정책권의 실체는 다소 모호하고 여러가지 함의를 담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방송위원회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방송정책이나 종합적인 정책시스템의 중심에 서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방송정책의 총괄기구로서의 위상을 분명히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MBC의 민영화나 KBS경영위원회 설치에 관한 주장 역시 『방송학자로서 방송사의 자율성 제고와 공영방송의 바람직한 위상을 위해 필요하다는 소신을 피력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위원장 직책을 맡은 현재의 상황에선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개진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방송체제를 연착륙시키기 위해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중재하는 게 더 필요하고 중요하다』며 그간의 주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한편 김 위원장은 KBS이사 선임이나 방송사의 모방 및 표절 문제에 대해 앞으로 방송위원들과 숙의, 이른 시일내에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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