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기획-뉴스&밀레니엄> Inside.. 정보화 정부정책 난맥사

 행정학자 김성태 교수(충남대 행정학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보화 정책은 대략 태동기(76∼80년), 안정기(81∼84년), 발전기(85∼91년), 도약기(92년 이후) 등 4단계로 나뉜다.

 우선 도약기는 제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추진되는 시기로서 정부는 이때 국책연구소를 전자기술연구소(KIET)·한국통신기술연구소(KTRI) 등 8개로 나누어 전자와 통신부문 연구개발을 강화했다. 안정기는 선진국의 무역규제가 본격화하던 시기로 그 대안으로 정부가 한국형 전전자교환기(TDX) 등의 개발을 주도했던 때다. 발전기는 물가안정과 흑자무역기조를 기반으로 기술혁신을 통한 대외경쟁력 확보가 관건이 되던 때다. 5대 국가기간전산망, 교육정보화 사업 등의 추진으로 컴퓨터 수요가 급증하는 등 정보산업의 외형적 발전이 이뤄지기도 했다.

 도약기는 정보통신정책이 체신부로 일원화돼 정보통신부가 탄생한 시점으로 초고속정보통신기반구축사업이 시작됐으며 정보화촉진 기본법 등 각종 법규 제정도 함께 추진됐다. 한국통신의 독점이 깨지며 무선호출, 이동통신, 국제전화 등의 경쟁체제가 도입됐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정보화 정책들의 한가지 공통점은 대부분 산업육성이나 하드웨어 보급 위주로 치우쳐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사실. 또 정책 입안 자체가 무리였거나 주변여건을 감안하지 않아 실패한 사례가 10여건이나 된다.

 정보화와 직접 관계는 없지만 정부정책의 난맥사를 뒤돌아 보면 그 원조는 지난 62년 5·16군사정부가 실시했던 「농어촌 라디오 보내기운동」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전자산업을 육성하고 5·16의 정당성도 널리 홍보한다는 취지아래 정부가 라디오 구매가격을 제시해주고 기업·관공서들로 하여금 라디오를 구매하도록 관제 캠페인을 벌인 일이 있다. 하지만 5·16의 정당성 홍보는 소기의 성과는 거뒀는지 몰라도 생산시설과 기술이 태부족인 상황에서 공급되던 국산 라디오의 질은 오히려 저하되고 말았다.

 정보산업육성과 정보화를 앞당긴다는 취지아래 라디오보내기운동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 83년 상공부·문교부의 교육용컴퓨터 5000대 보급계획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컴퓨터 총보급대수가 1000대가 안되던 때에 5000대는 수적으로나 예산투입면에서 엄청난 규모였다. 그러나 활용할 소프트웨어와 컴퓨터 교사는 태부족이었고 관련 책자 한 권 변변치 못하던 시절이어서 보급된 컴퓨터의 99%는 실습실에서 그대로 녹스는 운명을 면치 못했다.

 일반인에게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싼 컴퓨터를 개발해서 보급하겠다는 87년의 국민보급형 PC계획도 유사한 사례로 꼽힌다. 민간기업들이 결성한 단체(조합)에 의뢰해 개발한 국민보급형 PC는 그러나 당시 업계 표준 XT와 호환성이 없어 활용할 소프트웨어를 모두 새로 개발해야 하는데다 보급가격도 일반PC와 큰 차이가 없어 결국 개발완료와 함께 자동 폐기되고 말았다.

 91년 국내의 반마이크로소프트(MS) 정서를 역이용해 한글 운용체계라는 명목의 K­DOS를 개발했던 일은 말그대로 하나의 해프닝이었다. 운용체계는 다른 응용소프트웨어와 달라서 전세계의 컴퓨터회사들로부터 각종 하드웨어 정보를 제공받고 호환테스트에도 수시로 응해줘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K­DOS 개발은 국내 PC업체들조차 거들떠보지 않아 예산만 날린 꼴이 돼버렸다.

 문민정부 말기 소프트웨어산업종합육성계획의 일환으로 출범했던 소프트웨어지원센터나 멀티미디어지원센터 등 정부투자기관들도 과잉정책의 소산이었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결국 소프트웨어산업종합육성정책은 지난해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설립되면서 전면 수정됐는데 이 곳 역시 업무 대부분이 민간단체에서 자율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들이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진흥원의 설립은 업계의 역량이 낮았던 지난 76년 정부(상공부)의 대민간기업 통제를 원활히 하기 위해 세웠던 한국전자공업진흥회와 모든 면에서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역대 정보화 정책 난맥상의 압축판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최근의 초저가 국민PC 보급계획이다. 계층간 정보화 격차를 해소하고 국가경쟁력을 조기에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 이 계획의 명분이다.

 하지만 역대 정부의 정보화 정책 추진과정의 성격을 잘 아는 주요 대기업들이 정부의 시장개입을 비난하며 모두 빠져버려 이 계획의 성공여부는 본격 시행에 들어서기도 전에 그야말로 불투명한 상황이 돼버렸다.

<온기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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