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기획-뉴스&밀레니엄> Keyword.. 정보화 비전

 지난 39년 미국에서 TV방송국이 개국한 이후 60년 동안 TV는 방송을 청취하는 메커니즘에 거의 변화가 없었다. 반면 TV보다 늦게 등장한 컴퓨터는 지난 50여년 동안 수없이 많은 기술의 발전과 패러다임의 변화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무엇보다도 컴퓨터를 대하는 사람의 인식 변화가 컸다.

 IBM의 창업자 토마스 왓슨이 『컴퓨터는 전세계에 5대만 있으면 된다』고 했던 게 집채만한 애니악이 나왔던 1940년대 후반이다. 캐비닛만한 미니컴퓨터 「PDP­I」을 개발한 켄 올센이 『컴퓨터를 닫힌 전산실에서 내보내겠다』라고 한 것이 59년. 그 뒤 75년 빌 게이츠는 『모든 책상과 가정에 컴퓨터가 있게 된다』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했다.

 91년 빌 게이츠는 「윈도3.1」 발표이후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끝에서 정보가 나온다』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92년 미국 대통령선거때 제시된 고어의 정보고속도로 비전은 클린턴 당선에 결정적 영양분을 제공해 주기도 했다. 세계 IT환경은 이때부터 급속하게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중심으로 재편됐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75년까지의 비전이 컴퓨터의 성능이나 보급에 관한 것이었다면 90년 이후의 그것은 컴퓨터의 활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정보화 비전은 더러 제시됐다. 국가기간전산망과 초고속정보기반 구축사업 등에서 최근의 초저가 국민PC보급계획까지 이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것들에는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십여년전이나 지금이나 모두 컴퓨터의 보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 하나같이 정부가 주도한다는 점, 그러나 제대로 추진된 것이 하나도 없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지난 60년 동안 TV메커니즘이 변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로는 정보소비자 요구가 중시되는 컴퓨터와 달리 TV가 일방향식 정보매체, 즉 정보소비자의 의사를 반영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애당초 목표했던 바는 아니겠지만 우리의 정보화 비전은 어딘가 모르게 TV보급계획 수준을 탈피하지 못하는 것같아 안타깝다. 정보를 방송프로그램처럼 제공한다고 해서 정보화가 진전되리라고 보는 사람은 이제 없다. 원하는 정보가 있는데 컴퓨터가 없어서 얻지 못한다는 사람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어떻게 정보를 수집해서 처리하고 활용하느냐다. 그런점에서 지난해 대통령 취임사와 최근의 54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통령이 강조한 「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국민」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가장 적절한 정책 방향이자 정보화 비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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