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 디지털전략 "극과극"

 「디지털」이 가전업계의 최대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정보가전시대를 실현해가는 방법은 업체마다 천차만별이어서 「제 논에 물대는 격」의 사업전략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국내 가전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디지털 사업전략이 서로 엇갈리나 품목에 따라서는 닮은 꼴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64인치 디지털TV의 국내 예약판매를 실시하는 데 이어 디지털TV 사업부를 신설하는 등 디지털TV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 디지털 방송이 시작되지 않은 점에 비춰 볼때 LG전자의 이같은 사업전략은 상당히 빠른 행보다. LG 측은 『과감한 디지털TV 드라이브는 곧 미래시장에 대한 투자』라며 한 발 앞선 제품출시가 건실한 시장공략 노하우로 연결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국내 디지털TV 방송규격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의 성급한 시장진입이 차칫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국내의 디지털TV 시장규모가 크지도 않은 데다 그나마 시장마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품을 출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신 삼성전자는 최근 디지털TV 북미수출형 모델 수를 55인치 1개 기종에서 55·65인치 일체형 2개 기종 및 53∼65인치 보급형(Digital Ready)상품 4개 기종으로 확대하는 등 시장이 형성되면 적극 공략한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플레이어 사업에서는 양사의 입장이 정반대로 뒤바뀐다.

 삼성전자는 최근 DVDP 신모델 2개 기종을 국내 출시하면서 컬럼비아트라이스타·20세기폭스코리아·삼성영상사업단·삼화프로덕션·비트윈 등 영화 및 음악 소프트업체들과 매월 30개 이상의 DVD타이틀을 공동 제작해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DVDP 구매자들에게 10개 DVD타이틀을 15만원의 가격에 묶음(번들)으로 제공하는 등 시장 및 수요를 적극 창출해나갈 계획이다.

 삼성 측은 『국내 DVDP 수요가 열악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선점을 위해 DVDP 생산능력을 내년까지 월 20만대 규모로 끌어올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LG전자는 『국내 DVDP 시장은 아직 설익은 과일이나 마찬가지로 성숙되지 않아 성급한 시장진입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LG전자는 국내 시장이 DVD타이틀 1개당 3000원씩 적자가 나는 구조여서 DVDP 내수공략을 계속 미루며 수요추세를 관망하고 있다.

 다만 DVDP 북미·유럽수출을 위해 생산설비를 증대하는 등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린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관련업체들의 내부능력 및 제반여건에 따라 사업전략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같은 품목을 두고 서로 다른 시각과 사업전략을 내놓고 이에 집착하는 행위는 과열경쟁의 산물로 보인다』며 보다 객관적인 사업전략을 마련해 매출과 수익을 증대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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