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컴퓨터(PC)만큼 라이프사이클이 짧은 전자제품도 거의 없다. 지난 81년 IBM에 의해 PC가 탄생되면서 XT, AT(286)에 이어 386까지는 수명이 좀 길었다. 그런데 486과 펜티엄을 지나면서부터는 급격히 짧아져 요즘에는 2년이 고작인 것 같다. 그보다 값이 좀 낮은 대형TV도 7년은 멀쩡히 사용한다.
PC를 자주 교체하는 것은 고장 등 컴퓨터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컴퓨팅 환경이 급격히 변하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커져버린 프로그램이나 인터넷 검색, 멀티태스킹도 일반화되다보니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성능이 나은 신제품(상급 기종)이 나오는대로 PC를 바꾸게 되는 것이다.
시스템 유닛(주기판)이라 불리는 본체와 입력장치인 키보드, 출력장치인 디스플레이로 구성되는 PC에서 데이터 처리 속도를 좌우하는 것은 시스템 유닛에 장착된 중앙처리장치(CPU)다. 사칙연산을 비롯해 컴퓨터가 행하는 거의 대부분 작업을 지휘하는 사령부와 같은 곳으로 클록스피드가 처리능력을 나타낸다.
그런데 삼성전자·현대전자,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독일의 인피니언 등 주요 4대 메모리 반도체 업체가 최근 PC사용자들에게 메모리 반도체의 중요성을 홍보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고 한다. 이들은 메모리가 CPU 못지않게 PC 성능을 좌우한다는 점을 알리겠다는 것이다.
메모리는 CPU가 명령어나 데이터를 읽어들이는 곳으로 마치 목수의 작업대와도 같다. 작업대가 클수록 쉽게 작업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동일한 CPU를 가진 컴퓨터에서 메모리를 증설할 경우 컴퓨터 속도는 훨씬 빨라진다. 이런 점 때문에 이미 파워 유저(전문가)들은 메모리를 표준 이상으로 증설해 왔다.
그런데 파워 유저는 PC 사용자 가운데 일부에 불과한 실정이다. 따라서 메모리 업체들이 펼치고 있는 「메모리 중요성 홍보」가 실효성을 지닐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한 셈이다. 단지 아쉬운 점은 그같은 홍보가 지금과 같은 반도체 호황기보다는 2∼3년 전의 불황기에 이루어졌더라면 더 좋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부터라도 PC 성능향상이 메모리에 의해서도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있는 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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