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 합작계약서 파기" 배경과 전망

 좀처럼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 것 같던 하나로통신의 7대주주간 합작투자계약서는 엉뚱하게도 대우그룹 구구조정이라는 변수에 의해 해결됐다.

 사실 하나로통신의 7대주주들은 데이콤을 비롯해 대우·한전·두루넷 등 합작계약서 파기를 주장하는 진영과 이를 반대하는 삼성·현대·SK진영으로 나뉘어 맞서 왔다.

 파기를 주장하는 쪽은 지분을 팔려고 내놓아도 계약 내용상 기존 대주주에만 양도해야 되고 또 사려는 대주주도 없어 돈만 묶여 있는 꼴이라고 불만을 표시해 왔다. 반대진영은 계약서를 파기할 경우 7대주주가 아닌 LG그룹(4.42%)이 이들을 독식해 데이콤에 이어 하나로통신까지 전격 인수할 것으로 판단, 통신시장에서 힘의 쏠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현 하나로통신 경영진은 계약서 파기가 바람직하다는 쪽이었다. 연말 나스닥에 상장, 기업가치 제고는 물론 투자자금을 조달하려면 합작계약서로 대표되는 현재의 정관으로는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논리였다.

 급기야 지난 16일 임시이사회에서 양진영이 격돌, 의장인 곽치영 데이콤 사장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데이콤과 하나로통신은 마지막 수단으로 정보통신부에 조정을 요청했고 정통부는 사업자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형식으로 이 사건에 개입했다. 결국 23일 안병엽 차관이 참석한 자리에서 7대주주들은 합작계약서 파기에 합의했다.

 안 차관은 『사업자들의 요청과 함께 우리 경제의 당면현안인 대우의 구조조정과도 관련이 있어 정부가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고 배경을 털어놓았다.

 하나로통신 지분의 6.98%를 갖고 있는 대우그룹은 계약서 파기에 따른 주식 매각을 주장해왔고 이 지분은 현재 대우증권에 맡겨져 있다. 금명간 매각예정인 대우증권은 한 푼의 현금이라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정통부에 지분처리를 위한 협조를 간접 경로를 통해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기간통신사업자 가운데 알짜로 꼽히는 하나로통신의 지분제한문제가 풀림에 따라 과연 주인이 누가 될 것인가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존 대주주들은 경쟁입찰을 통해 지분을 매각할 수도 있고 코스닥시장에 내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주식수가 워낙 많아 코스닥에 풀기보다는 기업간 협상에 의한 처분이 예상된다.

 이 경우 LG(4.42%)와 삼성(8.05%)의 싸움에 현대(6.98%)의 행보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LG는 이미 데이콤과 하나로통신·LG텔레콤을 아우르는 종합통신사업자로 재탄생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바 있어 가장 적극적으로 달려들 가능성이 높다.

 삼성 역시 데이콤은 LG에 빼앗겼지만 IMT2000을 앞두고 하나로통신만은 인수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격돌이 불가피하다. 현대는 온세통신 강화에서 보듯이 아직까지 통신서비스부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어 만만치 않은 도전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은 아직 분명한 입장 정리를 못했지만 출혈경쟁을 벌여가면서까지 경영권 장악에 나설 형편은 아니라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LG가 현재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령(데이콤 지분 10.73%와 기존 지분을 합쳐 15%)하고 있어 이변이 없는 한 LG가 하나로통신의 경영권까지 장악할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게다가 한전망이 한전으로부터 분리 독립하게 되면 한전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사상 최대의 인수전이 불붙을 것으로 전망되고 LG가 하나로통신 경영권까지 확보할 경우 가장 유력한 대상자가 된다.

 한전망의 최대 수요처가 LG텔레콤이며 그 다음이 하나로통신이라는 점에서 LG그룹으로서는 누구보다도 한전망이 필요한 실정이다.

 하지만 이번 계약서 파기와 관련, LG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이 흐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고 만약 한전망까지 LG가 장악한다면 한국통신을 능가하는 통신사업자가 등장하는 것이어서 LG 특혜시비가 일 소지도 있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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