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세서 시장 "애슬론 돌풍"

 항상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토끼 뒤에서 약간은 뒤져 있지만 꾸준히 그 뒤를 쫓아가는 거북이가 있다. 이는 인텔이라는 토끼 뒤에서 가격을 무기로 꾸준히 추격하는 AMD를 비유하는 말이다.

 실제 AMD는 이번에 K7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애슬론」이라는 무기로 조만간 인텔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애슬론 프로세서의 현재 최고속도는 650㎒. 인텔이 내놓고 있는 최고속도 제품인 펜티엄Ⅲ 600㎒보다 50㎒ 빠르다. 이것은 x86용 프로세서의 역사에서 최초로 인텔 제품을 앞선 제품이 등장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사실상 인텔의 독주시대가 끝나는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애슬론을 펜티엄Ⅲ와 비교한 성능의 차이는 단순히 클록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체적인 기능상의 평가에서도 애슬론은 펜티엄Ⅲ를 앞선다.

 우선 애슬론의 가장 큰 장점은 CPU와 칩세트 사이의 속도. 이 FSB(Front Side Bus)는 펜티엄Ⅲ가 100㎒, 향후 출시될 카미노 칩세트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133㎒다. 이에 비해 애슬론은 200㎒며 400㎒ 제품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는 출시될 전망이다.

 여기에 내부 캐시도 인텔에 앞선다. L1캐시의 경우 펜티엄Ⅲ가 32KB인데 비해 애슬론은 128KB다. L2캐시는 더욱 큰 관심이 모아지는 부분. 일단 현재 출시된 제품으로는 펜티엄Ⅲ와 애슬론이 모두 512KB다. 하지만 애슬론은 사양에 따라 L2캐시를 8MB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어 이 제품이 출시될 경우 현저한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여러 군데에서 실시한 벤치마크 테스트를 보면 애슬론의 우위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과거 K6­Ⅲ까지만 해도 인텔에 현저히 뒤진 것으로 나타난 부동소수점 연산도 애슬론은 인텔에 비해 최고 50% 가까운 우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사용자들이 직접 느낄 수 있는 3차원 게임의 성능 비교 테스트에서도, 퀘이크Ⅲ나 디센트 3 같은 게임에서 640×480의 저해상도에서는 애슬론이 동급 클록에서도 훨씬 빠른 속도를 보여준다. 물론 1024×768 이상의 고해상도에서는 두 프로세서간 차이가 거의 사라지지만 이것은 현재 출시되고 있는 그래픽카드의 프로세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차후 이들 CPU의 성능을 충분히 지원하는 그래픽카드가 출시될 경우에는 저해상도와 마찬가지의 차이를 보여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성능의 우위를 기반으로 가격면에서도 애슬론은 K6시리즈와 달리 싼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있다. 우선 경쟁제품이 없는 650㎒는 849달러로 고가며, 600㎒는 615달러로 펜티엄Ⅲ의 669달러(8월9일 기준)보다 50달러 정도 싼 가격이다. 컴팩이나 IBM처럼 애슬론 CPU를 채택한 PC의 가격도 650㎒가 2499달러, 600㎒가 1999달러로 펜티엄Ⅲ 550㎒ 시스템이 2499달러인데 비하면 다소 싼 편이다. 문제는 생산능력과 관련업계들의 지원여부이 있다.

 현재 출시된 애슬론은 0.25미크론 공정에 6층 메탈 구조로 184㎟의 크기에 2200만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시켜 놓고 있다. 펜티엄Ⅲ가 950만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시킨 것에 비해 두배 이상의 집적도를 실현시켜 놓은 것이다. AMD측은 내년 초까지 독일 드레스덴에 생산공장을 세워 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수요가 크게 늘더라도 당분간 고질적인 공급 부족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관련업계의 지원은 일단 초기는 긍정적이다. AMD가 자체 제작한 애슬론용 칩세트인 「AMD­750」 칩세트를 이용해 기가바이트, 마이크로스타, FIC, ASUS 등 6개 메인보드업체들이 애슬론용 메인보드를 출시했고, 대부분의 메인보드업체들이 애슬론 메인보드를 9월 중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PC업체에서도 전세계적으로 컴팩과 IBM이 애슬론 탑재 PC를 발표했으며, 국내에서는 현대멀티캡이 애슬론 500㎒ CPU를 탑재한 180만원대의 PC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PC업체들의 인텔 의존도가 강하고 애슬론의 수급능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아 당분간은 고전이 예상되고 있다.

<구정회기자 jhk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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