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자막방송 전담기구 필요하다

 올해 초부터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한글 자막방송 서비스」가 본격 실시됐다. 지난 2월 MBC가 국내 처음으로 자막방송을 서비스한 데 이어 KBS·SBS 등도 뒤를 이어 서비스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한글 자막방송을 볼 수 있는 TV수상기나 방송 디코더 장치의 보급이 원활하지 못한데다 방송국들도 일부 뉴스시간에만 자막방송을 내보내는 등 번거로운 자막방송 서비스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어 자막방송 확산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 청각장애인의 후생복리 차원에서도 정부 관련부처 관계자들이 적극성을 띠고 지원정책과 함께 관련협회나 지원단체를 구성해 보급확산에 나서야 함에도 불구, 그대로 방관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자막방송의 조기정착은 당초 기대보다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국내에는 자막방송이 필요한 청각장애인 40만명을 포함해 난청환자·노인 등이 100만명에 이르며, 한글교육을 목적으로 시청하는 사람과 기차·고속버스 역의 대합실 또는 공사장 등 시끄러운 곳에서의 시청이나 이와는 반대로 한밤중 수험생이 있는 가정에서 조용히 시청을 원하는 자막방송 수혜자는 수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자막방송을 가장 먼저 시작했던 미국의 경우 지난 73년 ABC 뉴스에서 처음으로 서비스에 나선 이래 현재는 대다수의 방송이 자막방송을 보내고 있으며, 특히 공공방송은 거의 100% 자막방송을 운영하고 있어 우리와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또 2000년부터는 한 가정에 자막방송 디코더 장치를 1대 이상씩 보유할 것으로 전망될 만큼 시청자 층도 두터운 상태다.

 지난 81년부터 자막방송 서비스에 나선 캐나다는 방송사들의 순이익에 따라 자막방송 시간을 규정, 90% 이상을 자막방송 처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영국·프랑스·독일·호주·뉴질랜드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주당 30∼50시간 자막방송을 실시하고 있으며, 2002년부터는 거의 100% 자막방송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에 있다.

 반면 일본은 NHK와 Nippon TV가 공동으로 자막방송 시스템을 개발, 지난 85년부터 서비스에 나섰으나 자막방송 수신기 100만대 보급에 자막방송 서비스시간도 30% 정도에 불과해 자막방송 서비스율이 다른 선진국보다 낮은 실정이다.

 그러나 일본은 인구의 고령화에 따라 자막방송 수혜자가 크게 증가해 정부 차원에서 자막방송 서비스 확대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오는 2007년까지 NHK·지역민방·방송위성(BS)을 활용하는 민방에 대해 생방송을 제외한 모든 방송프로그램에 대해 자막을 내보내도록 하는 행정지침을 마련, 자막방송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자막방송 서비스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미국·캐나다·영국 등 선진국들의 공통점은 정부이든 민간이든 주도적으로 지원하는 전담기구(단체)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자막방송을 담당하는 전담기구인 NCI가 있어 이곳에서 재원을 충당하고 있다. 전담기구에서는 정부와 방송사의 지원을 독려하고 있으며 사회단체나 개인의 기부금, 회원의 회비, 기업체의 자금지원으로 자막방송 서비스를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다.

 캐나다 역시 4개의 관련조직들이 하나의 단체인 CRC를 구성해 자막방송을 서비스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정부가 앞장서 방송사업자들에게 자막방송 의무화를 규정한 것은 아니지만 행정차원의 여러 지원조치를 강구해 나간다는 행정지침을 마련해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방송 3사가 방송시간 전체의 10% 정도인 주당 20시간을 자막방송 서비스를 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비용을 방송사에서 일부 부담하고 나머지 대부분을 사설기관에서 지원하고 있어 한계성을 보이고 있다.

 한양대 전산학과 김한우 교수는 『미국·캐나다 등 선진국에 비해 뒤늦게 출발한 자막방송 서비스가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주도건 민간주도건 상관없이 협회 등의 전담기구가 시급히 설립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정부가 전담기구를 통해 자막방송 의무시간을 할당하는 등 지원정책을 펼치면 우리의 자막방송은 이른 기간 내에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방송3사 자막 방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한국자막방송기술협회의 안정근 이사장도 『지난 여름 경기도 중부지방의 집중호우 때 피해상황 뉴스와 긴급 대피상황 등에 대한 자막방송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자막방송 전담기구가 없기 때문』이라며 『자막방송의 확대와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막방송을 전담하는 별도 기구가 시급히 설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연기자 y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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