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233)

 나는 시마무라 소장과 악수를 나누고 헤어졌다. 후쿠오카 과장이 나를 호텔이 있는 곳까지 안내해 주었다. 호텔은 그 연구소에서 보이는 가까운 곳에 있었지만, 가려면 호수를 돌아서 한참 걸어가야 했기 때문에 후쿠오카는 자신이 타고 온 차로 안내했다. 후쿠오카는 호텔에서 체크인 하는 것을 지켜보고 12층에 있는 방까지 따라왔다. 거기서 나에게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우리 소장님은 계속 안내해 드리라고 하셨지만, 실제 나에게는 급한 일이 있어 그렇게 할 수 없어 미안합니다. 그러나 이따 저녁에 선생을 모시러 오지요. 저녁식사는 나의 집에서 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저녁 스케줄을 함께 하도록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동경은 처음이라고 하셨지요? 그렇지만, 일본말을 잘 하시니 다니는 데 별로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이곳은 동경의 중심입니다. 저편 공원 너머로 메이저 신궁이 있고, 이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황궁과 국회 의사당이 있습니다. 혼자 산책을 하시다가 저녁 6시에 호텔 현관에서 만났으면 합니다.』

 나는 좋다고 말했다. 그는 나와 악수를 하고 나가면서 계속 모시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안하다는 말을 거듭해서 반복했지만 표정을 보면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었다.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는다고 하여도 그것은 의례적인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는 커튼을 활짝 열고 저편으로 바라다보이는 메이저 신궁의 공원을 보았다. 신궁 부근은 잘 다듬어지고 정갈한 느낌을 주었다. 창문을 열자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쏟아져 들어왔다. 열기와 함께 자동차 소음도 울렸다. 내가 공항에 내려서 후쿠오카의 차를 타고 동경 시내로 들어오면서 느낀 것이기도 하지만, 동경의 거리는 서울과 너무나 흡사했다. 고가 다리라든지 도로는 비슷한 모양이었고, 건물 구조도 흡사했다. 다만 조금 다르다고 한 것은 잘 정돈된 공원과 푸른 수목이었다. 도심의 한 복판에 있는 조그만 담 안에도 정원을 만들어 놓았는데, 마치 아이들의 소꿉장난 같은 오밀조밀한 꽃밭이 있다. 나는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공원은 비교적 한적했다. 공원 한쪽을 돌아서 다시 골목으로 들어갔다. 골목을 잘못 들어서서 나는 신궁을 찾아가는데 길을 잃었다. 길모퉁이에 조그만 약국이 보여서 나는 그곳으로 들어갔다. 약국 안에는 두 명의 손님이 약을 사러 온 듯 서 있었다. 약사는 젊은 남자였는데, 앞 손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나를 보면서 인사를 했다. 그의 인사가 떨어지자 나는 대뜸 물었다.

 『신궁을 찾아가려다가 길을 잃었는데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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