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개발정책을 담당하는 한 정부부처 과장은 최근 기자에게 『다른 부처 담당자들과의 회의에서 부처별 국책개발 기술의 이전 실적 자료를 만들자고 몇 차례 제안했지만 실적이 미진한 2, 3개 부처에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며 자신이 소속된 부처 자랑을 늘어놓았다. 부처별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국책연구개발사업 기술이전 실적들을 확인하게 됐다고나 할까.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국책연구개발사업에서 한번 터지면 투자비의 몇 십배를 건질 수 있다』고 장담하며 건수 위주의 기술이전 실적들에 대해 의미를 두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아무런 사전 대비 없는 투자는 투기나 도박과 다를 바 없다. 철저한 타당성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실패한 국책개발사업 관계자들에게 면죄부를 줄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은 국책연구개발사업 결과들이 그냥 묻혀버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막힌 곳을 뚫고 내실을 다져야 한다. 그래서 『정부 부처와 출연연구기관들이 아직까지 버젓하게 내놓는 명분축적·자리보존용 국책연구개발사업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한 연구책임자의 양심선언 같은 주장이 실현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온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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