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공용 컴퓨터사전 "첫선"

 제54회 광복절을 맞아 남북이 합의한 우리말 표준 컴퓨터 용어사전이 중국에서 발간됐다. 이 사전은 94년 이후 4차례에 걸쳐 중국 연변에서 열린 「우리말 컴퓨터 처리 국제학술대회(ICCKL)」의 첫 성과물이자 남북이 합의해 발간한 최초의 컴퓨터 용어사전이다.

 ICCKL 남측대표단(단장 진용옥·경희대 전파공학부 교수)은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나흘간 중국 연길시 우전국 회의실에서 열린 제4차 ICCKL에서 남과 북, 해외 학자들의 합의에 기초한 통일 컴퓨터 용어사전 「국제표준정보기술사전」을 발간, 출판기념회를 가졌다고 알려왔다.

 2700여개의 컴퓨터 용어에 대해 우리말 표기와, 남과 북의 해설을 함께 수록한 이 사전은 한국의 「전산용어사전(1995년)」과 북한의 「계산기프로그람용어사전(1986년)」을 기초로 남과 북 그리고 해외동포 학자들이 합의한 통일 사전으로 제작은 중국 조선어정보학회가 담당했다.

 총 688쪽 분량의 이 사전은 국제표준화기구(ISO)가 ISO2382로 규정한 2700여 용어들을 기본용어·프로그램언어 등 25개 단위로 분류한 다음 용어마다 대응하는 우리말 표준용어와 남북 해설 및 ISO2382의 영문해설을 첨가하는 방식으로 편집됐으며 국어·영어·중국어·일본어에 의한 용어 색인도 함께 수록됐다.

 이 사전은 지난 2월 20일 한국과 중국측 대표들이 출판에 합의하고 이어 5월과 6월 북한의 조선출판물수출입사·조선컴퓨터쎈터의 전문가들과 협의를 거쳐 6월 중국조선어정보학회가 제작에 착수했다.

 이번 사전 발간으로 남북간 정보기술 교류의 기틀을 마련하게 됐으며 우리말 용어에 대한 국제 표준지표가 될 전망이다.

 ICCKL 남측대표단장인 진용옥 국어정보학회장은 발간사에서 『지식정보사회의 핵심적 도구가 컴퓨터라면 용어는 이를 사용하는 디딤돌』이라며 『이 책을 보는 이들이 박힌 돌을 파내서 컴퓨터 장벽을 넘는 징검다리로 삼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ICCKL은 94년 8월 중국 연길시에서 시작된 범민족 민간학술회의로 남측의 국어정보학회와 북측의 조선컴퓨터쎈터 그리고 중국 조선어정보학회를 주축으로 전세계 우리말학자와 정보기술자들이 매년 진행해 왔다. ICCKL은 그동안 한글자모순서·전산용어·표준부호계·컴퓨터자판 등 네 분야에서 집중 토의를 거쳤으며 96년 3차 회의에서는 전산처리용 자모순서의 통일안, 통일규격의 컴퓨터 자판배치안을 합의, 제정한 바 있다.

<김상범기자 sb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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