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전자 외자유치 방안 발표

 전자업계 최대의 현안이었던 대우전자의 외자유치 방안이 마침내 윤곽을 드러냈다.

 그동안 대우전자의 외자유치를 총괄 지휘해온 양재열 사장은 13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총 32억달러에 국내외 자산 중 일부를 매각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물론 현재로서는 미국 투자회사인 왈리드앨로마&어소시에이츠사와 양해각서(MOU)를 주고 받은 상태지만 이미 대우전자와 왈리드앨로마사가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이같은 내용을 동시에 발표했다는 것은 이번 계약의 성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일단 이번 외자유치가 성공한다면 대우전자는 올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낮출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한 셈이다.

 대우전자의 총 자산규모는 55억달러. 이 가운데 자본금이 9억달러이며 부채가 46억달러다. 부채비율이 5배가 넘는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32억달러가 들어옴으로써 대우전자는 부채가 14억달러로 줄어들게 되며 현재 보유하고 있는 그룹계열사의 유가증권 등 총 5000억∼6000억원에 달하는 자산을 추가로 매각할 경우 올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120% 수준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우전자는 비록 알짜 사업장을 매각했지만 상대적으로 단기 악성채무를 상환할 수 있게 돼 재무구조를 개선함으로써 독자경영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해체위기에 있는 그룹의 부채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게 돼 그룹의 행보도 한결 가볍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대우전자측의 설명이다.

 여기에 한국내 사업이 신설회사로 넘어가게 됨에 따라 현재 대우전자 자체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모든 임직원들을 그대로 고용하고 협력업체, 유통업체와의 관계도 그대로 승계하기로 했다는 것은 대우전자로서는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현재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선진시장의 사업장들을 고스란히 매각함으로써 나머지 채산성 없는 사업장만으로 사업을 운영해야 하는 대우전자의 앞길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현재까지 양사가 합의한 내용에 따르면 대우전자의 사업장을 지역별로 분리해 한국을 비롯해 미주·서유럽·일본·오세아니아 지역의 대우전자 생산·판매 법인을 매각하고 대우전자는 이들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 즉 아시아에서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중국 등 전 지역을 포함해 폴란드·중동·아프리카·CIS 지역 등의 사업장을 운영하게 된다.

 결국 이번 합의내용으로 보면 알짜사업을 매각한 대우전자는 빈 껍데기만 남을 가능성이 크며 결과적으로 대우전자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대우전자가 밝힌 대로 협상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인가가 문제다. 대우전자측은 9월 9일 왈리드앨로마사와 최종양수도 계약을 체결하고 늦어도 11월 중순까지는 모든 매각절차를 완료해 매각대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양해각서는 법적인 효력이 없어 앞으로 협상결과에 따라 내용이 크게 바뀔 가능성도 결코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양 사장은 현재 양해각서에 따라 협상이 진행되고 있어 결과에 따라 매각대상이 다소 조정될 수 있지만 32억달러의 매각자금만큼은 조정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매각처리과정에서 대우전자 채권단의 동의와 주주총회의 승인이 전제가 돼야 하는 만큼 과연 이들이 대우전자의 처리방안에 순순히 따라줄 것인가 하는 것도 문제다.

 그동안 소문으로 나돌던 대우전자의 외자유치 작업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냄에 따라 이에 끌렸던 국내외적인 시선은 이제 독자경영을 외치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알짜배기사업을 매각한 대우전자와, 대우전자의 가격경쟁력과 TMA 등 첨단경쟁력을 인정해 수익을 올리려는 왈리드앨로마의 이번 협상이 양사의 윈윈(Win ­ Win)전략으로 마감될 수 있을지에 모아지고 있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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