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산업은 전통적으로 신규수요보다 대체수요를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성능향상 버전이 개발되면 기존 사용자가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으로 수요가 창출된 것이다. 성능향상은 대개 PC의 핵심인 마이크로프로세서(CPU)와 운용체계(OS)를 공급해온 윈텔의 전략대로 진행돼왔다.
PC산업 제1기라고 할 수 있는 80년대의 성능향상은 대개 마이크로프로세서 중심으로 이뤄졌다. 인텔은 최초의 PC인 「IBM PC 5150」에 채택된 8086 이후 80286, 80386, 80486 등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PC 고성능화를 이끌어왔다.
OS가 주도한 90년대 제2기 PC산업은 MS의 윈도에 의해 사실상 주도됐다. 기술적 성능향상에 대해 폄하하는 시각도 없지 않지만 DOS와의 브리지 제품인 윈도3.1에 이어 등장한 95년의 윈도95는 PC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킨 전략 핵이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이후 윈텔의 독점지위가 확고해지면서 세계 PC시장은 오히려 기술향상과 신제품 대체수요 주기가 동반으로 무뎌지는 현상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과거에 비해 윈텔이 기술향상 노력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인텔의 경우 「펜티엄Ⅱ」를 발표한 후 획기적인 코어 기술 발전을 꾀하지 못해 셀러론 이후의 CPU 업그레이드는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혹평까지 나왔을 정도다. MS 역시 윈도95 발표 이후 실질적 업그레이드가 될 「윈도2000」을 발표하기까지 5년 이상의 기간을 허비하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세계 PC시장이 업그레이드 수요에서 저가형 신제품 수요 위주로 재편되고 가격인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같은 배경에서다.
기술향상에 소홀했던 이유로는 윈텔이 OS와 CPU의 독점지위를 이용한 주변사업에 눈을 돌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MS의 경우 「MS 오피스」 등 응용소프트웨어와 인터넷 시장 석권에 더 열심이고 인텔도 칩세트에 이어 PC 주기판과 각종 주변기기 보드, 네트워크 장비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윈텔이 진출하는 신규사업마다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은 OS와 CPU 개발과정에서 축적한 독점적 정보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100m 경주에서 윈텔 주자는 40∼50m쯤 앞서 나간 상황에서 다른 주자들과 경쟁하는 꼴이라고 꼬집고 있다.
이런 틈을 타 윈텔에 도전하는 세력들이 잇따라 등장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MS는 자바에 이어 「리눅스」와 「BeOS」 등 신흥세력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인텔도 올초 저가PC 시장에서 AMD에 소매부문 1위를 내주는 수모를 겪었고 하이엔드 시장에서는 기존 RISC 프로세서 업체들의 협공을 받고 있다.
그러나 윈텔의 아성을 허물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 허문다 해도 윈텔을 단순 대체하는 것이라면 그 등장은 큰 의미가 없어지고 만다. 결국 관건은 OS와 CPU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PC아키텍처 자체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윈텔의 저력은 이같은 PC아키텍처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MS는 OS의 핵심인 커널에 각종 API, 드라이버, 그래픽 기능 등을 통합하는 「거대한 커널」전략을 통해 OS의 유연성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다른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끼어들 수 있는 여지를 원천봉쇄하고 있는 것이다. 커널 크기를 최대한 줄여 유연성을 높인 리눅스나 아예 OS 개념을 퇴색시켜버린 자바가 윈도의 대체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상범기자>
많이 본 뉴스
-
1
켐트로닉스, 반도체 유리기판·웨이퍼 재생 시동…“인수한 제이쓰리와 시너지 창출”
-
2
'대세는 슬림' 삼성, 폴드7도 얇게 만든다
-
3
“美 트럼프 행정부, TSMC에 '인텔과 협업' 압박”
-
4
온순한 혹등고래가 사람을 통째로 삼킨 사연 [숏폼]
-
5
트럼프, 경기장에서 야유받은 스위프트에 '뒤끝'
-
6
"불쾌하거나 불편하거나"...日 동물원, 남자 혼자 입장 금지한 까닭
-
7
트럼프 취임 후 첫 한미 장관급 회담..韓은 관세·美는 조선·에너지 협력 요청
-
8
삼성·SK 하이닉스 '모바일 HBM' 패키징 격돌
-
9
바이오헬스 인재 양성 요람…바이오판 '반도체 아카데미' 문 연다
-
10
“시조새보다 2000만년 빨라”… 中서 쥐라기시대 화석 발견
브랜드 뉴스룸
×